[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만 기다리면서 수사할 수는 없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적극 찾아서 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기관간 선의의 경쟁 아니겠나.”
평창동계올림픽 기반 시설인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사업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칼날의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19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60여명을 보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 선상에 오른 건설사들은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곳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초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철도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각 업체가 공사구간을 나눠 수주할 수 있도록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그해 4월 각 업체가 낸 입찰 사유서의 설명 부분과 글자 크기, 띄어쓰기 등 내용과 양식이 똑같은 점을 담합으로 의심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종전까지 검찰은 담합사건에 대해 관련 규정 해석상 공정위의 고발을 기다려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SK건설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끝내려던 것을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발동해 사건을 가져오면서 건설사 담합사건에 대한 검찰의 자세가 바뀌었다.
이번 수사는 SK건설 담합사건 보다 한발 더 나간 검찰의 선제적 수사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3년 전부터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해왔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를 올해 초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의 바닥 다지기가 이미 상당수준 끝났다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건설사 담합사건에 대한 수사를 두고 공정위와의 영역다툼 논란을 경계하듯 “이번 사건은 건설산업기본권 위반 사건으로 공정위 전속고발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활동하고 있는 검찰이 기존의 기계적 패턴을 떠나 적극적으로 찾아서 인지해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사회 전반에 대한 파급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처음 신설됐다. 그러나 이후 대기업의 구조적 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 나서면서 새로운 ‘재계의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횡령·배임사건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 ‘70억대 아르누보씨티 사기’ 사건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19일 현대건설·한진중공업·두산중공업·KCC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의 평창동계올림픽 철도담합사건에 대한 전방위 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