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다 의미가 있다. 아이가 울거나 짜증을 내는 것, 손가락을 빠는 것, 인형을 안고 다니는 것, 누군가를 꼬집는 것, 음식을 거의 흘리면서도 혼자 밥을 먹겠다는 것, 이 모두가 아이의 마음을 나타내는 행동이다. 부모는 아이의 그런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는 '사랑받고 싶어요', '기분이 안 좋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등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싫어', '내가 할 거야'라고 말하면 고집이 세다고 야단친다. 또 아이가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배변을 참기도 하는데 억지로 배변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는 아이의 자아와 자기조절능력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동시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영유아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기는 신체, 인지, 정서, 사회성, 도덕성 등이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또 매순간 자라는 아이들은 한시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 아이가 보내는 신호는 무엇이고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저자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최순자 원장의 도움을 받아 짚어봤다.
영유아기는 발달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또 '민감기'라고도 한다. 민감기란 어떤 특성의 발달이 특히 잘 일어나는 집중적인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특정한 발달이 일어나기 어렵다. 민감기는 대체로 출생 후부터 만 5세 전후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른들은 별로 관심 없는 개미를 아이들은 한참 동안 살펴보는데 이것이 작은 사물에 관심을 갖는 민감기의 특성 때문이다. 민감기에는 발달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적당한 자극을 줘야 한다.
만 23~24개월이 되면 '싫어', '안 할 거야',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이는 아이들의 자아가 싹트고 있다는 증거이다. 즉, '나'를 인식하고 자기주장을 하거나 무엇이든 스스로 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발달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행동 중 하나가 '드러눕기'다. 어느 한 부모는 만 14개월 된 아이인데 자기주장을 하며 그냥 뒤로 누워버린다며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최 원장은 "보통 이럴 경우 부모는 아이가 누구를 닮은 탓인지 말을 안 듣고 떼를 쓴다고 생각하는데 이 아이는 나름대로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뒤로 누워버리는 행동은 뭔가 욕구 불만이 있는데 아직 언어적 표현이 부족하기 때문에 행동으로라도 자기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아이를 야단치면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의 자아가 손상된다. 자아가 상처를 받으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자존감이 낮아져서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갖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이후 성인이 돼서도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때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을 지적하거나 혼내지 말아야 한다. 간접적으로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어느 부모는 대소변을 가리던 아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부터 이불에 오줌을 싸고 괜히 짜증을 부리며 칭얼댄다고 걱정한다. 다른 부모는 아이가 동생이 태어나자 친구들을 몰고 보행기만 타려고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지금까지 자기 혼자서 받았던 부모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해 자신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이러한 발달 특성을 모르면 아이를 야단치기 십상이다. 나중에야 부모들은 이해하지만 이미 때는 놓쳐버린 다음이다.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아이는 자아가 손상돼 자존감이 낮아지는 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최 원장은 "아이 발달의 황금기인 영유아기에 부모가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긍정적 상호작용을 해줘야 한다"며 "아이가 이같이 행동을 보일 경우 야단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받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그런데 동생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많이 돌봐줘야 해'라고 이야기해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게 해주고 부모가 동생을 돌보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아이가 밥을 먹거나 신발을 신는 등 어떤 일에 성공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단,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 간혹 부모들은 아이를 도와준답시고 단추를 채워주거나 신발을 신겨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두뇌 발달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에는 뇌를 자극하는 부위가 3분의 1정도 분포돼 있다. 때문에 손으로 조작활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단추를 채우는 등의 활동은 소근육 활동에 매우 유익하다. 아이가 스스로 어떤 활동을 통해 성취했을 경우 부모는 진심어린 칭찬과 인정을 해주면 아이는 자아존중감을 갖게 된다.
영유아기는 언어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언어는 사회적 속성이 있으므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운다. 따라서 아이가 만 생후 6주가 돼 옹알이를 하면 사람의 목소리로 상호작용을 해줘야 한다. 만 3개월 전후에 울음으로 자신을 표현할 때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반응해 줘야 한다. 언어적 상호작용은 반응적이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다가서기보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다양한 어휘로 언어적 자극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돌아다니며 사물을 탐색하게 하는 것도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배변 습관은 성격 형성과 관련되므로 강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변기와 서서히 친해지게 하기, 반복 훈련, 잘했을 때의 칭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는 먹고 자고 쉬기의 생리적 안정을 바탕으로 심리적 안정도 느낀다. 심리적 안정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성장과 발달이 가능하게 한다. 아이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을 느끼고 손으로 만지는 등 오감을 통해 개념형성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개념이 형성돼야 이해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이 자아상, 리더십 등 다른 영역에서도 높은 발달을 보인다. 도덕성은 영유아기에 가장 잘 발달된다. 아이의 공감 능력을 키워줘 도덕성을 길러줘야 한다. 도덕성은 아이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아이 발달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의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주면 아이는 부모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따뜻한 정서적 관계는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자주 안아주고 스킨십을 하면 긍정적 호르몬이 나오고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최 원장은 "영유아기에 사랑받고 자라면 나중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부정적인 호르몬이 적게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뇌 발달 등 아이 발달에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자료/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최순자 원장 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