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선거 후 뒷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예상을 뒤엎는 투표 결과에 각종 분석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 중 20~30대 투표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지요. 이른바 흙수저, 삼포세대 등 청년세대의 비관적인 상황을 상징하는 유행어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분노해 청년들이 결국 투표소로 향했다는 건데요. 마침 연극판에서도 청년 세대의 목소리가 공연에 반영되는 중이라 어쩐지 공교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라는 동인제 집단이 올해 봄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뽑은 키워드는 바로 '심시티'입니다. 심시티는 도시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시리즈의 이름인데요. 모니터 속 허허벌판을 첫 무대로 삼아 참여자가 마우스를 움직여 길을 놓고, 수도를 파고, 전기를 연결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도시를 건설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도시가 건설됨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대란이나 환경오염, 강력범죄 등 각종 문제들에 대해 직접 판단을 내려 해결하는 게임인데요. 도시의 건설과 경영에 참여하되 이기거나 지는 게 없이 네버엔딩으로 진행되는 게 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심시티에서는 참여자의 욕망을 토대로 도시가 건설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혜화동1번지 봄페스티벌에 참여한 창작자들도 심시티의 이같은 정신(?)을 기반으로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게 연극을 만들어본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이들의 욕망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곧 좌절될 위기에 처하고 말지만요. 이번 축제의 부제인 '도시 삶의 비용'이라는 말이 이같은 상황을 암시합니다.
2016 혜화동1번지 6기동인 봄페스티벌 '심시티'. 사진/혜화동1번지
축제의 첫 번째 작품으로 낭만유랑단의 연극 '섹스 인 더 시티'가 현재 공연 중인데요. 송경화 연출가가 이끄는 이 극단의 공연은 '자기주도적 성 생활'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짚고 있습니다. 어느 병원의 비품실에서 우아한 '브런치'가 아닌 끼니로서의 '아점'을 때우기 위해 모인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섹스와 피임을 조절해야 하는 여성 간호사들, 역으로 성차별을 받는 통에 그 스트레스로 성 생활의 장애를 겪는 남성 간호사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데요. 각 인물마다 탱탱볼을 활용해 자기 성 생활의 현주소를 움직임으로 표현해내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각박한 현실 상황만을 나열하며 하소연하는 대신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끄는데요.
다만 많은 생각과 주장을 한 공연에 담으려다 보니 그릇에 넘쳐 흐른다는 느낌도 줍니다. 가령 간호사들이 중심인물이다보니 공연에는 지난해 유행했던 메르스 이야기도 등장하는데요. 무대에서 정부의 질병 관리 실패 때문에 생사의 위기에 내몰린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막상 정부를 향한 비판은 외마디 비명같은 대사로 간단히 지나치는 게 아쉽습니다. 원인이 정부에게 있다는 주장은 나오지만, 그런 주장의 근거가 공연 내에서는 불명확합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 치료에 긴급 투입된 것과 때 이른 폐경을 맞게 된 것 사이 상관성에 대한 비약은 관객으로 하여금 물음표를 찍게 하기도 합니다.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어쨌든 혜화동1번지 동인이 자신이 속한 세대의 실생활 문제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이후 공연들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치 않게 하는데요. 극단 신세계의 '멋진 신세계', 극단 창세의 '문제 없는 인생', 앤드씨어터의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 극단 작은방의 '머리를 내어놓아라',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등의 공연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공연명: 혜화동1번지 6기동인 봄페스티벌 '심시티'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날짜: 2016년 4월7일~6월26일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