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의 불똥이 미국 대형은행들에도 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은행들이 에너지 기업의 대출 손실에 대한 보유금(대손충당금)을 일제히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에너지기업에 대한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이 지난해 4분기보다 늘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14일(현지시간) 파이, 낸셜타임즈(FT)는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의 대형 은행들이 지난 분기에 비해 이번 1분기에 에너지기업의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늘렸다며 저유가로 인해 은행들도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고유가 전망에 에너지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었다.
이날 웰스파고는 에너지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4분기의 12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17억달러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에너지기업 투자에 대한 손실액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BoA도 5억2500만달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JP모건체이스 역시 1분기에 에너지기업 대출 대손충당금을 5억2900만달러 확대했으며 올 한 해 동안 5억달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 은행이 늘린 대손충당금은 약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계속해서 주목을 받아 왔다. FT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에너지 기업 대출로 인한 손실이 증가하는)이 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할부에도 이어질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은행권의 입장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 정도의 대출 규모는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전체 대출규모의 2% 정도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유가의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s)도 석유산업에 의존하는 지역들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웰스파고는 텍사스주(州)와 오클라호마주, 다코타주 등의 소비자 포트폴리오 연체율이 미국 전체 평균 연체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브레난 하켄 UBS 전략가 역시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너무 부풀려서 걱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도 저유가의 타격이 예상보다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은 동의했다. 유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는 것과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급격한 악화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웰스파고의 대출 8단계 중 하위 3개에 해당하는 "위험대출"의 비율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38%에서 올해 1분기에 57%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또한 현재까지 파산한 에너지기업 100여개 중 11개가 웰스파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스루즈베리 웰스파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문제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준비했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