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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과학도 결국 '인생 이야기'…과학책 속에서 삶의 궁금증 푼다
'나는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 김형석 지음|도서출판 스쿱(SCOOP) 펴냄
입력 : 2016-04-10 오전 9:45:50
때는 한여름. 직장을 잠시 쉬게 돼 수입도 없어진 당신, 푹푹찌는 무더위를 식혀 줄 비가 창밖을 때리는 이 시간에 당신은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황도 여의치 않고 딱히 나갈 곳도, 할 것도 없는 당신. 주변을 둘러 보다가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에서 문득 눈길을 멈췄다. 그래 책을 보자. 당신은 그렇게 마음 먹었다.

자, 이제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당신은 어떤 장르의 책을 볼 것인가. 외로운 당신은 감성을 촉촉히 해 줄 시집을 고를 수도 있고, 시간을 금세 잊게 해 줄 소설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화제를 몰며 '뇌섹남'으로 만들어주는 인문학에 빠져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 과학책을 꺼내들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제대로 과학책을 읽거나 접해 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상대성 이론'과 물리학 법칙에 골치 아파 하는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과학책이라고는 이제 나온지 30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과학 분야에서 1, 2위를 오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괴짜스럽게 과학책으로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형석 대표다. 한국의 대표 과학도시 대전에서 2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그런 그가 기자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 직함은 '과학 전문기자'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KAIST 학위도 남았다. 그렇다고 그가 이런 이력 때문에 억지로 과학책을 읽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알게 돼 외롭지 않게 됐고, 행복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영화광인 그는 특히 SF영화 마니아다. 그런 그가 과학책을 집어 든 것은 '좋아하는 영화를 조금이라도 재밌게 보기 위해서'였다.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제 과학책은 그의 인생 지침서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말하는 과학책에는 교양이나 지식이 아닌 삶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방법들로 가득하다. 물리학 법칙, 수학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나는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로 정했다고 한다. 

영화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보고 싶어졌을 때는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를 읽었고, 어느 날 죽음이 두렵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우리는 왜 죽는가'를 읽었다.

세상살이가 외롭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어쩌면 과학책은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인문서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순간 이제 당신에게 과학책은 딱딱한 교재(?)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자, 이제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자. 당신은 어떤 분야의 책을 선택할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과학책을 읽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면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를 뽑아 들 것이고,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함이 밀려올 때는 앤디 위어의 '마션'을 고를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으로 가득찬 과학책은 외로운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건넨다.
 
▶전문성 : 대전에서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하면서 '과학 전문기자'가 된 저자. 그리고 KAIST에서 학위도 받은 '준 과학자'지만 그가 전하는 내용은 결코 과학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삶과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글 쓰기만 20년, 죽을 때까지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참신성 :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책이 아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어도 좋고, 과학에 문외한 이어도 상관 없다. 그저 내 인생에, 이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대중성 : 딱딱한 과학책도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나 깊이 있는 소양을 요구하는 인문서도 아니다. 과학과 삶, 그리고 예술과 연결되는 폭 넓은 전개가 매 페이지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요약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부터 3장까지는 과학서평이다. 1장 '세상 속의 나'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고민하고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10권의 과학책을 소개한다. 
 
2장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때로는 나와는 무관하게, 때로는 나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과학책 10권을 담았다. 이어 3장 '그리고 그들'에서는 이런 세상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혹은 이런 세상을 해석하려고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10권의 책으로 안내한다. 마지막 4장 '과학으로 세상 읽기'에는 저자가 쓴 22편의 과학칼럼을 담았다. 
 
3장까지가 과학서평이라면 4장은 세상과 나,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물론 그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돋보기와 잣대 역할을 하는 것은 과학이다. 
 
과학서평과 과학단상은 전혀 다른 글이지만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발견할 수 있다. 책에서 다뤘던 소재가 다시 등장하고, 책에서 접했던 과학적 사고와 인식의 틀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과학칼럼은 과학서평의 '실전판'인 셈이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과학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다. 과학책이 소설만큼이나 많이 읽힌다고 해서 그런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작동시키는 방식에 과학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이성과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더 녹아들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책 속 밑줄긋기
 
""과학책을 읽을 때마다 이성과 합리성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작은 실험실에서 작동하는 이성과 합리성이 훌륭한 성과를 낳듯
거대한 사회에서 작동하는 이성과 합리성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복되게 할 것이다.
최소한 역사의 퇴행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사이언스 이즈 컬쳐' | 노암 촘스키,에드워드 윌슨,스티븐 핑커 등저 | 동아시아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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