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한여름. 직장을 잠시 쉬게 돼 수입도 없어진 당신, 푹푹찌는 무더위를 식혀 줄 비가 창밖을 때리는 이 시간에 당신은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황도 여의치 않고 딱히 나갈 곳도, 할 것도 없는 당신. 주변을 둘러 보다가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에서 문득 눈길을 멈췄다. 그래 책을 보자. 당신은 그렇게 마음 먹었다.
자, 이제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당신은 어떤 장르의 책을 볼 것인가. 외로운 당신은 감성을 촉촉히 해 줄 시집을 고를 수도 있고, 시간을 금세 잊게 해 줄 소설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화제를 몰며 '뇌섹남'으로 만들어주는 인문학에 빠져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 과학책을 꺼내들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제대로 과학책을 읽거나 접해 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상대성 이론'과 물리학 법칙에 골치 아파 하는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과학책이라고는 이제 나온지 30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과학 분야에서 1, 2위를 오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괴짜스럽게 과학책으로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형석 대표다. 한국의 대표 과학도시 대전에서 2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그런 그가 기자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 직함은 '과학 전문기자'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KAIST 학위도 남았다. 그렇다고 그가 이런 이력 때문에 억지로 과학책을 읽은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알게 돼 외롭지 않게 됐고, 행복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영화광인 그는 특히 SF영화 마니아다. 그런 그가 과학책을 집어 든 것은 '좋아하는 영화를 조금이라도 재밌게 보기 위해서'였다.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고, 이제 과학책은 그의 인생 지침서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말하는 과학책에는 교양이나 지식이 아닌 삶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방법들로 가득하다. 물리학 법칙, 수학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의 제목도 '나는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로 정했다고 한다.
영화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보고 싶어졌을 때는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를 읽었고, 어느 날 죽음이 두렵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우리는 왜 죽는가'를 읽었다.
세상살이가 외롭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어쩌면 과학책은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인문서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순간 이제 당신에게 과학책은 딱딱한 교재(?)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자, 이제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자. 당신은 어떤 분야의 책을 선택할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과학책을 읽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면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를 뽑아 들 것이고,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함이 밀려올 때는 앤디 위어의 '마션'을 고를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으로 가득찬 과학책은 외로운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