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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큰손 100명이 움직이는 7천억원 세상
국내 미술품시장 연간 1조 추산…이중 7000억 규모가 암거래
입력 : 2016-04-06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윤선훈 기자]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2014년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3496억4600만원, 거래된 작품은 3만1487점에 이른다. 작품 1점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그 해 직장인 평균연봉이 324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급쟁이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같은 정부 발표는 전체 미술시장의 규모와 다르다. 취재팀이 지난 한 달간 인사동과 종로, 강남 등 미술가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실제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최소 8000억원에서 조단위까지 넘어간다. 정부 집계의 두세 배다. 정부 집계를 빼면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거래되는 미술시장 규모가 7000억원에 달한다. 거래하는 액수도 억단위가 기본으로, 수십·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작품들도 있다.

 

미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개인끼리의 거래, 갤러리를 통한 거래는 당사자가 따로 알리지 않는 이상 정부가 파악할 도리가 없다.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동급의 다른 재화와 달리 공적 등록대상도 아니다.

 

미술계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억단위의 고가 작품을 연간 10점 이상 구매하는 큰손들을 100여명 미만으로 추산한다. 주로 현금거래로 이뤄지는 미술품 구매 특성상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쓸 수 사람들은 대부분 재벌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사동 A갤러리 관계자는 "미술품 값은 90%가 1000만원 미만"이라며 "수억원대 작품은 10%도 채 안 되는데 '극소수의 분들'만 겨우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가 '큰손'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물밑에서 고가 미술품을 사고팔며 7000억원의 세상을 만드는 셈이다.

 

재벌들의 미술품 구매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고미술품과 근현대 작품은 물론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까지 손을 뻗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성이 소장한 국보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118호)을 포함해 37점, 보물은 115점이다. 빙그레와 코리아나, 한독, 한솔 등도 국보나 보물을 소장하고 있다.

 

재벌들은 미술관을 직접 운영하며 사교의 장으로 활용한다. 삼성은 호암미술관, 리움, 플라토 미술관을 통해 수만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계에서 "삼성이 보유한 작품 수는 삼성도 정확히 모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 특검이 삼성 에버랜드 창고 압수수색 때 찾은 고가의 미술품만 수만점에 달했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벌은 삼성 외에도 SK, 한진, 금호아시아나 등 10곳 이상이다. 이들 미술관은 대부분 총수 일가가 관장을 맡고 있다.

 

유명 갤러리와 옥션 쪽에서는 이른바 'VVIP' 리스트까지 보유해 이들만 전문적으로 상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는 "외국으로 반출되지 않았는데 행방을 모르는 국내 미술품이 있다고 하면 100% 재벌이 사들였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미술품들은 재산축적 용도 외에도 탈세와 로비 용도 등으로 사용된다는 게 미술계의 정설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윤선훈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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