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애플 '카피캣'으로 시작해 일약 '괴물'로 도약한 샤오미. 국내에서는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인기다. 뛰어난 가성비와 깔끔한 디자인으로 무장하면서 중국산이란 한계도 벗어 던졌다. 지난해 가을 등장한 1인용 전동 스쿠터 '나인봇 미니'도 샤오미의 진가를 드러낸 제품 중 하나.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전동 스쿠터가 20분의 1 수준인 1999위안(약 35만원)으로 돌아왔다. 짝퉁 기업에 불과했던 나인봇이 원조 기업 '세그웨이'를 인수해 이룩한 성과라 놀라움은 배가됐다. 최근 여우미, 코마트레이드 등 국내 기업과의 총판 계약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나인봇 미니'를 일주일 간 사용해봤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국내 기업 두 곳과 총판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나인봇 미니를 비롯한 가성비 높은 샤오미의 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사진/뉴시스
5분이면 충분했다. 나인봇 미니의 조작 방법을 익히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초·중·고 시절 체육 과목은 '미' 이상을 받아본 적 없는 몸치였지만, 나인봇 미니 앞에서는 5분도 과했다. 동료들도 함께 타봤는데 모두 기자보다 수월하게 타는 법을 체득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남자의 경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온라인 후기에 남겨진 "6살 아들도 즐겨 탑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전면의 전원 버튼을 가볍게 누르고 제품 후방에서 계단을 오르듯 올라타면 된다. 한 발을 얹고, 남은 한 발을 땅에서 뗄 때는 '넘어지지 않을까'란 두려움이 앞선다. 때문인지 첫 번째 시도에서는 기자를 포함해 모든 도전자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뒤로 휘청거렸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올라탈 수록 요령이 생겼다. 스키를 탈 때처럼 다리를 A자로 모으고 기마 자세로 굽혀 앉아 수평을 잡은 후 천천히 일어섰다.
자이로 센서가 행동 감지…고감도 주행 가능
여기까지 성공했으면 80% 이상은 이뤘다. 남은 것은 전진과 정지, 방향 전환이다. 나인봇 미니는 자이로 센서를 비롯한 다수의 센서들이 탑승자의 행동을 인식해 움직이고 균형을 유지한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고감도 운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발 앞쪽에 힘을 실어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면 나인봇 미니가 부드럽게 전진한다.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앞쪽으로 무게를 더 실어주면 되는데, 그렇다고 몸의 기울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는다. 멈추고 싶을 때는 발꿈치 쪽으로 중심을 옮기면 된다. 이 동작이 익숙치 않을 때는 처음 균형을 잡을 때처럼 기마 자세로 앉아 멈춘다.
나인봇 미니는 자이로 센서가 탑승자의 행동을 인식해 움직인다.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몸의 무게 중심을 실어주면 된다. 사진/뉴스토마토
방향 전환은 이동하려는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면 된다. 두 다리의 폭을 가까이 할수록 조작이 더 용이하다. 한 쪽 다리에 무게를 싣는 것이 어렵다면 무릎으로 조정바를 살며시 민다는 느낌으로 움직이면 된다.
16km/h 넘으면 자동감속…4시간 충전해 22km 주행
조작법을 익힌 후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나인봇 미니의 최대 주행속도는 시속 16km다. 사람의 평균 걸음걸이보다 4배 정도 빠르다. 나인봇 미니는 700W까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접 구동식 듀얼 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순간 공율은 전동 오토바이와 비슷한 2000W까지 올라간다. 전기모터라 소음도 거의 없는 편이다. 유일하게 소리가 나는 순간은 최대 속력에 도달했을 때다. 시속 16km를 넘어서는 순간 '삐삐삐' 소리와 함께 자동 감속을 한다.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관성 때문에 나인봇 밖으로 튕겨 나갈 수도 있다. 가급적 보호대나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무리한 운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나인봇 미니는 최대 22km까지 운행할 수 있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배터리 완전충전 기준으로 70kg의 이용자 탑승을 가정했을 경우다. 나인봇 미니는 평지에서 가장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15˚ 이하의 경사면, 1cm 미만의 계단, 폭 3cm 이하의 도랑 등도 거리낌없이 다닐 수 있다.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방지턱을 넘을 때는 알아서 균형을 맞추고 속도를 줄이기 때문에 이용상의 어려움도 크지 않다. 레저용 이외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출·퇴근 등 1인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야간 주행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나인봇 미니는 자동차 램프 시스템을 적용해 자동 전조등과 LED 미등을 설치했다. 전조등은 주변 광량에 따라 밝기가 조정되며, 최대 5m까지 비춘다. 미등은 운행 상황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데 일반 주행은 파란색, 브레이크등은 빨간색, 방향 전환에는 노란색 불빛이 들어온다.
나인봇 미니는 자동차 램프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조등은 주변 광량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며 최대 5m까지 비춘다. 사진/뉴스토마토
나인봇 미니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과도 연동할 수 있다. 전용 앱을 설치하면 실시간 주행 속도 측정, 누적 주행거리 확인 등 운행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원격 조정 기능으로 애완동물과 놀아주거나 주변 이용자를 검색해 무인 운전 경주를 할 수도 있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자동 알림을 주며 도난 경보기 역할도 한다. 스마트폰 연동 조건은 안드로이드 4.3, iOS 7.0 이상이다.
나인봇 미니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 주행 속도 측정 등 운행 정보 수집과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처럼 사용할수록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나인봇 미니의 가장 아쉬운 점은 무게였다.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는 12.8kg. 50kg 가까이 나갔던 종전 모델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중량을 줄였지만 휴대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직접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스마트 교통수단이 순식간에 짐짝이 됐다. 기자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