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위한 각 정당의 공천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격심한 내홍 후 일시적인 봉합만 한 채로 선거전에 돌입하고 있다.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선수를 쳤다. 이번 총선은 경제선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는 실패했다는 ‘경제심판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며 ‘야당심판론’을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득권 양당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각 당이 심판이라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아니라 창과 창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총선의 투표 성향은 회고적 특징이 강하다. 즉 현 정부의 성과에 대한 심판 성격이다. 반면에 대선은 전망적 투표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총선의 투표 심리는 평가, 부정, 분노, 심판이 기본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대선은 미래, 긍정, 희망, 발전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여야 공히 상대당에 대한 적대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점이다.
더민주는 일단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적인 불황, 저성장율, 높은 실업률, 불평등 심화를 문제로 제기했다. 근로자, 청년, 서민층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경제가 어렵지만 정말 위기 상황인지에 대한 체감온도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의 메신저 파워도 크지 않다. 원래 보수 정권 출신에다 실용적 중도로는 아무리 경제민주화를 외쳐도 한계가 있다.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를 차용하지만, 살아온 이력이 전혀 달라 감동이 적다. 문제는 경제를 넘어 정권심판론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다.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국정 문란, 무능과 부정부패까지 끌어내야 심판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내부 권력 투쟁을 겪었지만 여권은 단합돼 있다. 프레임도 단순하다. 세계경제가 어려운데도 박근혜 정부는 열심히 잘하고 있다. 단지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경제가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각종 경제 살리기 법안을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빌미로 떼를 쓰고 있다.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했다. 밥 그릇 싸움하다가 분열까지 했다.
또 안보도 위기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실험도 성공했다. 연일 청와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은 정부 공격만 하고 있다. 이런 야당을 심판해 달라. 여권은 국정안정론을 넘어 야당심판론을 들고 보수층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제3당 국민의당까지 심판론에 뛰어들었다. 기득권인 양당을 심판해 달라. 이념도 없고 정책도 없고 오로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거대 양당 체제를 심판해달라고 주장한다. 주장은 옳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약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승리한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쳤지만, 정작 승리의 요인은 보수의 분열이었다.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 로스 페로가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의 표를 18.9%나 가져갔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부시의 표 차이는 5.5%에 불과했다. 이슈가 아니라 구도의 문제였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여당과 싸우기에도 벅찬데 호남을 두고 국민의당과 처절한 경쟁을 해야 한다. 공천 갈등과 노선 투쟁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 전통 야권 지지자들의 표심도 결집되지 않고 있다. 산토끼는 고사하고 집토끼가 떠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표의 유동성이 적다.
이번 총선 승부의 열쇠는 결국 더민주가 쥐고 있다. 야권표 결집을 위한 정권 심판 프레임의 작동은 단일화 구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야권 전체 지지도가 새누리당 정당 지지도보다 높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보다 반대가 높다. 또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