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글이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에 관한 비판이 주목적이라면 게시글 중 저속한 표현이 있다고 해도 국가기관 자체에 대한 모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을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올리면서 욕설과 저속한 표현을 써 모욕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3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한 내과의사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급성기관지염에 대해 항생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사에게 고지하지 않은 평가원 내 중앙심사조정평가위원회 결정에 따라 삭감한 사례를 들며 자신의 포털사이트 블로그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게시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심한 욕설에 가까운 저열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모욕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글을 게시하게 된 동기나 경위, 배경 등에 비춰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타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고 그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런 표현은 게시물의 게재 동기나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것으로 헌법상 보장단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포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김씨가 게시한 글은 매우 저속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다수 사용자가 활동하는 인터넷 공간에 게시하기에는 현저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게시글은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에 관한 비판이 주목적이고, 특정 개인을 겨냥하고 있지 않은데, 국가기관의 업무수행은 국민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국가기관 그 자체는 형법상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1심을 긍정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