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대학의 넬슨 폴스비 교수(정치학)는 민주주의 의회를 경합장 의회(arena legislature)와 전환형 의회(transformative legislature), 두 가지 입법조직으로 분류했다.
대다수 국가에서 보여지는 의회는 경합장 의회다. 경합장 의회는 토론이 열리고 정치적 쟁점들이 논의되지만 공공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는 일개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의회제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의회는 점점 행정부(대통령)에 의해 통제되는 추세다. 행정부가 정치적 의제를 관리하고 중요한 입법을 논의하고, 의원들은 단지 이 제안들에 고무도장을 찍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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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환형 의회는 정책을 관리하고 행정부의 지배에 대해 실질적인 차단 장치를 설정한다
. 그들은 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고, 입법과정에서 자율권을 행사하며, 행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등 재정적 행정집행을 보류시키는 데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
미국 의회는 전환형 의회의 가장 명백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반면, 홍콩 의회인 레그고(LegCo)와 이란 의회는 경합장 의회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국회 역시 미국 의회와 똑같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이 미국 의회를 입법기관으로서 좀 더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먼저 대통령 중심제에서 역할의 명백한 분화는 전환형 의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대통령제의 헌정제도는 정부 내부에서 명확한 권력분립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공식적 제도의 권한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전환형 의회가 만들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①강한 위원회 제도의 존재 ②입법기관으로서 자율적인 정당 구성 ③행정부(대통령)로부터 독립된 연구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국회는 다른 국가의 입법기관 이상의 순위에 이르고 있다.
첫째, 한국의 국회는 잘 설계된 위원회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회는 미국 행정부의 카운트파트를 의회 위원회로 구성해 놓은 것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위원회(상임위)들을 두고 있다. 행정부를 잘 감시할 수 있고, 관련 정책영역에서 입법을 심의할 수 있다. 비록 미국 의회만큼 인원이 잘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위원회는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둘째, 국회 내부의 정당 조직은 입법과정에서 자신들의 업무를 조직화 해내고, 행정부의 권한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견제해 대등한 입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회 자체 리서치 능력뿐 아니라 씽크탱크(몇몇은 정당과 연결되어 있다)들이 늘어나면서 입법자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고, 이러한 능력은 계속해서 힘이 붙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한국 의회는 효율적인 전환형 의회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능력이 효율적인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여부는 입법자 개개인의 행동과 서로 간의 협력에 달려 있다.
가이 피터스(B. Guy Peters) 피츠버그대 정치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