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국면이 마무리되고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정책 측면에서 정치권의 화두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로 모아지고 있다. 각 정당들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대위원회의에서 직접 이 문제를 강조하며 총선 전략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양극화 문제를 이야기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양극화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날 양극화 해소 방안을 주제로 총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고, 정의당도 ‘20대 총선 대표공약 간담회’를 개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문제에 더민주와 인식을 같이 했다. 양당은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소득 계층간, 가계와 기업간 격차가 심해지고,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된 점을 꼽았다.
양당은 우선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해법을 공히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목표로 연평균 13.5% 수준의 단계적 상승을 주문했다. 정의당도 3년 이내 1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인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평균 월급 300만원 시대’를 위한 정의당의 중요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양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 해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소득 증가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 더민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성과공유제를, 정의당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안했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 신기술 개발 등의 목표를 약속하고 함께 노력해 거둔 성과를 사전 계약대로 나누는 제도다. 더민주는 성과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확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정의당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은 전날 사회적 격차 해소 차원에서 대·중소기업간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는 기업으로부터 사업을 발주한 중소기업이 제품을 납품하기 전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2020년까지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을 500개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정의당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임원 연봉 상한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의당의 정경은 국회정책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10배를 초과하는 공기업 임원이나 30배를 초과하는 민간기업 임원 연봉에 대해 연봉상한제를 도입해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임원의 연봉도 최저임금 연동 인상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더민주는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777 플랜’을 제시했다. 더민주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을 2014년 61.9%에서 70% 대로 ▲노동자에게 배분되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을 2012년 68.1%에서 70% 대로 ▲중산층 비중을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70% 대로 복원한다는 등 2020년까지 해야할 목표치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대통령 직속으로 ‘불평등 해소위원회’ 설치를 주문했다. 불평등 해소위원회는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게 될 전담기구로, ‘777플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더민주의 의지를 담았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부자감세 철회’, ‘대기업과 부유층 증세’ 등 각기 다른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방향의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일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 복지공약의 핵심은 공정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의 전략적 조합을 바탕으로 한 복지투자”라며 “이를 위해 의료비부담완화, 저소득층 복지 사각지대 해소, 인구 5000만 프로젝트를 1차로 마련하여 경제 주체의 혁신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양극화 해소 방안을 주제로 총선 공약인 ‘777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