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의 대표적인 보수파로 꼽히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주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가운데, 후임 선정을 놓고 미국 정치권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보수 대법관 5명과 진보 대법관 4명이였던 대법원이 보수 4명과 진보 4명으로 나뉘게 돼 후임 선정에 있어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대표적인 보수파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주말 사망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0월13일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스캘리아 대법관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추모 메시지를 전한 후 "곧 후보 지명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현재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후임 지명은 차기 대통령이 해야할 일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인은 차기 대법관 선정과 관련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 대통령 탄생 전에 공석이 채워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법원의 대법관이 보수 4명과 진보 4명으로 팽팽히 갈라진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대법관을 임명한다면 민감한 이슈들과 관련해 보수쪽 목소리가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민 개혁과 동성 결혼 문제, 낙태 문제 등과 관련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스캘리아 대법관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 입장을 취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들은 대법관 임명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후 몇 시간 후 열렸던 공화당 TV 대선 토론회에서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후보들은 일제히 새롭게 임명되는 대통령이 후임을 정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주장하며 이번 결정을 국민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크루즈 후보는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지명한다면 의사진행방해 권한인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이라며 "후임 선정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후임 대법관이 지명된 후에도 인준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되고 있어 실제로 대법관이 임명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