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이름을 떨쳤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3인방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13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새로운 정치 지형 속에서 이제는 각자의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14일 “개혁 동지인 천정배, 정동영이 당을 떠났어도 저만은 당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당에 남아있기를 그만두려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로써 3인방 모두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떠나게 됐다.
신 의원은 “혹자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운운하지만 숱한 고난과 모험을 뚫고 여기까지 온 서울 4선 의원에게 아름다운 퇴장을 함부로 얘기할 일은 아니다. 저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는 더민주의 금태섭 변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신 의원은 또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저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 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저는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한다.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11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신 의원은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사실상 공천이 불가능해졌다. 신 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의 재심 결정이 15일에 예고돼 있지만, 징계 수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 의원은 결국 탈당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원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신 의원이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국민의당에서 신 의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 의원 본인이 합류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신 의원을 둘러싼 문제와 국민의당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바로 수용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장, 여당 대통령 후보 등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1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비판을 시작하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의원의 영입을 위한 국민의당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민주를 탈당한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 등은 전날 전북 순창에서 정 전 의원과 만나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했다. 2000년 말 정 전 의원 등 쇄신파의 요구로 밀려난 권노갑 고문이 정 전 의원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조만간 정치활동 재개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옛 동지인 천정배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에서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호남 무소속 연대' 방식의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지난해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되며 부활한 천정배 의원은 그러나 앞으로의 행보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천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당 정체성과 당직 인선을 놓고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박선숙 사무총장,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등 안 의원의 측근들이 국민의당 요직을 차지하면서 안 의원의 당 장악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로 인한 반대급부로 천 의원의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