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노사가 금융권 최초로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금융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의 노사는 지난해 말 취업 규칙 변경을 통해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도입에 합의했고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IBK투자증권 측은 "회사 직원들의 전체 투표 결과, 64%가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년간의 개인 영업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성과 대비 40% 미만이거나 성과 하위 5%에 포함된 직원은 30개월의 단계별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3개월의 대기 발령을 거쳐 일반해고 여부가 결정된다.
증권가에 불어 닥친 이 같은 저성과자 퇴출 태풍은 당국의 확고한 의지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개혁 과제 사업화·상품화 토론회'에서 "금융권 성과주의의 핵심목표를 혁신에 맞춰 시스템 마련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하례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임금제도는 고용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금융투자업계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024110) 등 은행권은 회사 내부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면서 호봉제를 기반으로 둔 성과급제 손보기에 나섰다. 이미 은행들은 호봉제 기반에 성과급제를 일부 결합한 성과혼합형 호봉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성과급 비중을 더 높이고 개별 직원의 성과평가를 진행하라는 것이 당국의 주문이다.
하지만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등의 성과주의 도입은 노사 합의 없이는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노조의 반발에 막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이 소규모 업체라 업계 파장은 제한적이겠지만 계열 증권사들 위주로 먼저 정부의 양대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와 일반해고 내용을 담은 노동개혁 2대 지침을 발표한 것과 맞물려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양대지침'으로 불리는 이 지침은 저성과자의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고, 직원에게 불리한 규칙을 도입할 때도 반드시 노조와 합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의 양대지침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속지부에서 IBK투자증권을 제명했으며, 한국노총과 함께 정부가 시행한 양대지침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종용·이혜진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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