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기업의 임원 A씨는 명절을 앞두고 한 백화점 선물세트 배송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명절마다 비슷한 선물세트를 선물로 받곤 하는 A씨는 거래처가 보내온 설 선물세트의 배송지 주소를 확인하는 백화점 직원에게 "선물을 보내준 거래처 모르게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꿔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뜻밖에도 직원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 후로 A씨는 매년 명절마다 선물세트 대신 상품권을 받아오고 있다.
백화점업계가 설 선물세트를 판매 후 배송받는 고객이 요청할 경우 상품 대신 상품권으로 전환 제공해 논란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이 명절 선물세트 배송 전 배송받는 고객에 주소확인을 위한 전화통화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이 상품권 전환지급을 요구할 경우 모두 허용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절 선물세트를 상품권으로 전환 배송할 경우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 백화점에서 판매한 협력업체 제품의 매출은 취소되고 백화점 측의 실적으로 잡히는 상품권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백화점 상품권은 대부분 백화점에서 다시 사용되기 때문에 결국 백화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다.
또 배송센터의 주소 확인 절차는 명절 선물세트 제품 포장 전에 진행되는데, 이 때 상품권 전환 요청을 받으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포장과 배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도 있다.
식품·생활용품 업계는 속앓이 중이다. 힘들게 판매한 선물세트가 마지막 배송단계에서 제품에 하자기 있는 것도 아니고 구매한 고객의 변심도 아닌 이유로 판매가 취소되고 백화점 매출로 돌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 해당 업계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어도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백화점에 항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 일부 기업은 백화점 측의 관련 안내나 통보가 없어 이 같은 선물세트의 매출 취소가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으로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기업 임원 등 명절 선물세트를 많이 받는 일부 고객들은 이 같은 방법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현금 교환이 가능한 백화점 상품권으로 전환해 받을 경우 우회적인 금품수수 경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측은 고객편의를 위한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는 먼저 상품권 전환을 안내하거나 권하지 않는데다 실제 그런 사례는 전체 선물세트 판매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고객의 요구를 거절하지는 못하지만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마련해 고객의 상품권 전환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배송받는 고객의 상품권 전환요청이 있을 경우 고객이 직접 백화점에 방문해 구매 영수증을 확인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끔 해 과도한 상품권 전환을 최소화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백화점업계가 명절 선물세트 배송 전 고객 요청시 상품권으로 전환해 지급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포장과 배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절약돼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이 강제로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