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66)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세무당국과 벌인 328억원대 증여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의 패소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는 박 회장의 장남 태영(38)씨와 차남 재홍(34)씨가 "328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그룹 계열사이자 주류 도매업체 하이스코트 주식 전부(당시 평가액 1228억원)를 태영씨와 재홍씨가 지분을 모두 소유한 생맥주 냉각기 제조업체 삼진이엔지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후 삼진이엔지는 법인세 313억7100여만원을 납부했다.
당시 하이스코트와 삼진이엔지는 각각 하이트맥주의 주식 9.8%와 1.2%를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태영씨와 재홍씨는 박 회장 등에 이어 하이트맥주의 차순위 최대주주에 올랐다.
세무당국은 2010년 12월 "박 회장의 주식 증여는 상증세법상 '사업의 교환 및 법인의 조직 변경'으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삼진이엔지의 주식가치도 상승했다"며 태영씨와 재홍시에게 각각 242억8700여만원, 85억1600여만원, 총 328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태영씨와 재홍씨는 "이 같은 주식 증여를 상증세법에서 규정한 주식의 전환·인수 등 자본거래로 얻은 이익으로 볼 수 없으며 사업 양수·양도, 사업 교환 및 법인의 조직 변경 등에 의해 소유지분이나 가치가 변동됨에 따라 얻은 이익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삼진이엔지는 주식 증여와 관련해 이미 법인세를 납부했다"며 "추후에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따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해 위법하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어느 회사의 주식 전부를 양도하는 것은 회사의 사업내용이나 조직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태영씨와 재홍씨가 실질적으로 박 회장에 이어 하이트진로의 차순위 주주로서 지위를 누리게 됐다는 점 등에 비춰 세무당국의 과세 처분은 적법하다"며 2012년 8월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 "주식 증여로 회사가 낸 법인세와 추후 납부할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각각과 이들에게 과세된 증여세는 과세대상과 과세요건, 세율 등이 모두 다르다"며 "세무당국의 증여세 과세를 이중과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태영씨와 재홍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이들은 세금 부담 없이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이익을 무상으로 누리고 하이스코트와 하이트맥주의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는 등 경영권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국가가 이들에 대한 부의 무상이전에 조력하는 결과가 돼 조세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며 태영씨와 재홍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 회장의 주식 증여로 태영씨와 재홍씨가 보유한 삼진이엔지의 주식가치가 상승했다"면서도 "이는 결손금이 없는 법인에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 해당하고 삼진이엔지가 이와 관련해 법인세를 부담했기 때문에 이들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현행 상증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결손금이 있는 법인(결손법인)과 휴업·폐업 중인 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특정법인에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거래를 해 그 주주 등이 1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으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들 조항을 정상적으로 사업을 꾸려가며 자산수증이익 등에 대해 법인세를 부담하는 법인과의 거래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의 경우엔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결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 중 결손금을 초과하는 부분'이나 '휴업·폐업 법인을 제외한 결손금이 없는 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의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계가 설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즉, 박 회장의 주식 증여로 두 아들이 얻은 이익에 대해 이를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이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논리다.
또 "이들이 박 회장에 이어 하이트진로의 차순위 주주로서 지위를 누리게 됐더라도 증여 당시 박 회장이 하이트맥주의 지분 19.8%를 보유하면서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그룹 전체를 경영해왔고, 하이스코트와 삼진이엔지 각각의 사업 내지 조직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세무당국의 과세 처분은 증여세 과세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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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