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뽑기'가 자취를 감췄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허울뿐인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손톱 밑 가시 뽑기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구호로, 중소기업 현장의 실질적인 애로 해소를 일컫는다.
2012년 12월26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후 첫 행보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다. 취임 직후에는 '손톱밑 가시 뽑기'를 내걸며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 해결을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손톱 밑 가시 제거는 박 대통령 취임 직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 정치권에서는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각종 회의와 성과보고회 등이 열리는가 하면 유관기관 및 관련단체와 정부기관 간 간담회가 연일 개최되는 등 요란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출범된 이후 '손톱 밑 가시' 구호는 사라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받아온 손톱밑 가시는 추진단으로 이전됐고,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애로 건은 자체적 해결에 맡겨졌다. 새누리당에 설치된 손톱 밑 가시뽑기 특별위원회도 2014년 2월 1차 전체회의를 끝으로 더 이상의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규제개혁점검회의 등을 통해 규제 개선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손톱 밑 가시 활동을 없앤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손톱 밑 가시를 규제로 포괄했다는 얘기다. 애로를 접수하는 채널은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각 부처 등에 열려 있다는 부연도 더해졌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 1년 정도 협업 후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 생기면서 업무가 그쪽으로 넘어갔고, 중기청은 규제 애로를 접수 받아 부처간 협의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홍보가 덜해졌을 뿐 업무는 유지되고 있다"며 "'규제'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 의도적인 축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구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전방위적으로 규제 개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손톱 밑 가시라는 구호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말 자체가 중소기업 현장에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며 "사실상 정부 의지의 실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톱 밑 가시 뽑기는 경제민주화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가 실정되면서 손톱 밑 가시 또한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대기업 중심의 규제 철폐라는 설명이다.
정책과 현장 간의 괴리도 여전하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 등을 통해 건의받은 규제개혁 건수는 1차 153건 중 114건, 2차 176건 중 123건이 수용됐다. 3차에는 90건 중 73건이 수용됐다. 전체 수용률은 73.9%에 달한다.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중소기업 현장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지난해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규제상황 및 대응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개선 노력으로 중소기업 관련 규제가 개선 및 완화됐다는 기업(40.7%)보다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기업(59.3%)이 더 많았다. 오히려 규제개혁 최대 수혜자로 대기업을 꼽은 비율이 80.5%를 차지해 재벌 중심의 정책 추진을 실감케 했다.
20년째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인은 "문 두드리고 이야기하는 것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현장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개선과 현장 체감도는 별개의 이야기일 수 있다"며 "규제개선으로 숨통이 트였다 해도, 저유가와 불경기 등 대외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은 없고 '탓'만 난무하면서 가시는 보다 깊이 박혔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