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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 130억대 재산 은닉
주식 47만주, 정낙천 전 코리막스 대표에게 명의신탁
입력 : 2016-01-09 오전 6:00:00
해외 도피 생활 중 사망한 고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정낙찬(65·구속 수감) 전 코리막스 대표를 통해 130억대에 이르는 주식 수십만 주를 은닉해온 사실이 재판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그가 해외로 도피한 지 11년 11개월, 사망한 지 9개월 만이다.
 
사건의 시작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전 회장은 1988년 4월 설립된 코리막스 발행 주식 46만7000주를 동업자인 한모씨와 절반씩 보유했다. 코리막스는 이탈리아 여성용 의류회사인 막스마라 그룹으로부터 의류를 독점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로 당시 전도가 유명한 기업이었다.
 
이후 장 전 회장은 1996년 8월 한씨의 전 주식 23만3500주를 모두 인수한 뒤 이 주식을 정 전 대표를 포함한 13명 명의로 나눠 명의개서했다. 정 전 대표는 같은 해 9월 코리막스 대표로 취임했다. 장 전 회장은 이어 1998년 12월에는 자신이 보유하던 18만8000주를 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정 전 대표에게 모두 넘겼다. 2년 뒤인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정 전 대표가 4회에 걸쳐 나머지 12명에게 흩어져 있던 코리막스 주식을 모두 모아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개서했다.
 
이 일이 진행되는 동안 장 전 회장은 사업실패와 각종 비리로 갖은 시련을 겪었다. 1997년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에 이사회 승인 없이 6000억여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5000억여원을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004년 12월 1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한 뒤 각각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가까스로 풀려났다.
 
그러나 곧 이어 홍콩 계열사에 800억원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등 4건의 고발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가족과 함께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떠나면서 10년간의 해외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장 전 회장은 해외도피 중에도 캄보디아와 중국, 홍콩 등지에서 사업을 벌이며 끊임없이 재기를 노렸다. 그러는 사이 2007년 정 전 대표를 상대로 코리막스 지분에 대한 소유권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때 까지만 해도 코리막스가 장 전 회장의 재산 은닉처인지에 대해서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장 전 회장이 일부 승소했지만 도피 생활 중이라 재산권을 적극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장 전 회장은 2008년 코리막스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은닉재산은 2012년 10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2년 1월부터 코리막스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명목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전 대표가 코리막스에서 낸 수익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혐의점을 포착하고 한달 뒤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이후 장 전 회장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자신의 주식을 정 전 대표에게 증여한 것으로 결론 냈다.
 
결국 그해 10월 서울 삼성세무서가 장 전 회장으로부터 정 전 대표에게 넘어간 주식 총 47만2392주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당시 삼성세무서가 산정한 코리막스의 1주당 평가액은 최소 1만6281원에서 최고 5만1402원, 증여재산가액 총액은 137억4068만512원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총 101억8250만8040원을 증여세로 고지했다.
 
정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2013년 1월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그해 5월 심판을 청구했으나 조세심판원 역시 2014년 6월 기각했다. 결국 정 전 대표는 서울행정법원에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정 전 대표는 재판과정에서 장 전 회장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 전 회장의 주식을 취득한 것은 코리막스 경영자로서 막스마라 그룹 사이의 프랜차이즈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세회피와는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 2000년부터 4년간 장 전 회장 소유 주식을 명의개서 방식으로 넘겨받은 것은 장 전 회장으로부터 1998년 12월 주식 23만3500주를 명의신탁 받은 뒤 재차 명의신탁자로 제3자에게 명의신탁해뒀던 것을 환원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합의 11부(재판장 호제훈)는 지난 12월19일 정 전 대표의 이런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명의신탁 방식으로 증여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1998년 증여분과 2004년 증여분 증여세에 대한 가산세 중 초과부분 8억8000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금 부과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장 전 회장은 명의신탁 당시 코리막스 배당소득세 부과를 예상할 수 있었고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총 176억원을 체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명의신탁으로 재산이 없는 상태를 허위로 꾸미거나 결손처분을 받아 조세 납부를 면탈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2004년 코리막스의 감자를 통해 자본감소액 26억원을 지급받은 점, 2006년 '회사 경영권에 대해 정씨와 함께 동등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내용의 주주간 협정서를 작성한 점, 2008년 코리막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장 전 회장은 2004년 이후에도 코리막스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했고, 결국 코리막스 주식은 장 전 회장이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원고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실제 소유자는 장 전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장 전 회장이 생전에 조세회피 목적으로 은닉했던 재산이 확인되면서 이후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률가들에 따르면, 조세회피 당사자인 장 전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혐의로 수사가 가능하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로 실익이 없다. 다만, 장 전 회장의 조세회피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정 전 대표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다. 민사상으로는 코리막스 자산 중 일부가 장 전 회장의 재산으로 확인 된 이상 법정 순위에 따른 상속 등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게 법률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정 전 대표는 87억원이 넘는 회삿돈 등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 11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고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최기철·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신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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