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까지 이어진 유가 급락이 흑자 폭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0월 배럴당 7달러, 11월과 12월 연속 8달러대를 유지하며 '서프라이즈' 실적을 냈던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복합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에서 수입원유의 가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BEP)을 배럴당 4~5달러대로 본다.
반면 국제유가는 12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추락하며 정유사들의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3분기 말 배럴당 44달러 수준이었던 두바이유 가격은 4분기 말 33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에 축소됐던 정제마진은 4분기에 회복해 그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됐지만 재고평가 손실은 2분기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한달 레깅마진(원유 구매와 제품 판매의 시차를 반영한 마진)이 10월 배럴당 8.1달러에서 11월 5.1달러, 1월 1.9달러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손 연구원은 그러면서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을 1분기(3212억원)보다 낮은 2246억원으로 추정했다.
S-Oil도 영업이익 161억원에 그쳤던 3분기에 비해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1분기(2381억원)보다는 낮은 17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600억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2011년(595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12월을 겪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3분기 정유 부문에서 손실을 냈던 GS칼텍스는 4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은 예외가 아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4분기에도 괜찮게 유지 됐지만 유가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환율은 영업이익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가 급락에도 정제마진이 높게 유지되며 정유사들은 암울했던 2014년에서 지난해 '반전'에 성공했으나, 올해는 여러 대외 환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손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정제마진과 유가 수준은 동행했다"며 "장기 저유가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정제마진의 절대수준 자체가 추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 수요가 아시아 쪽으로 이동한 2000년대 상황만 놓고 보면 정제마진과 유가 수준이 동행할 수 있지만 공급 과잉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될 경우에는 정제마진과 유가의 방향성이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정제마진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까지 이어진 유가 급락으로 흑자 폭이 기대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