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오는 22일 ‘제1차 해양경계획정 공식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협상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과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는 이번 회담은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일부 중첩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EEZ는 해안선에서 370km 안쪽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수역이다. 한·중 두 나라는 협상을 통해 EEZ가 겹치는 부분에 경계선을 그음으로써 이어도 관할권이나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등의 갈등을 일으켜 온 근본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양국은 1996년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이래 해양경계획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그동안 다양한 계기에 의견을 교환해왔다"면서 "이번에 개최되는 1차 공식회담은 해양경계획정에 대한 양국 간 공식 협상 프로세스가 개시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1997∼2008년 14차례에 걸친 국장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을 2015년 가동한다는 데 박근혜 대통령과 합의하면서 추진력이 생겼다. 양국은 지난 1월과 7월 국장급 준비협의를 열어 본회담 시작 시점과 수석대표의 급 등을 논의해 왔다. 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월 31일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한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조속히 정식으로 재개하자"고 제안하면서 협상 개시 날짜를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국장급 회담에서 차관급 회담으로 격상되면서 협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해양경계획정의 원칙과 그 적용에 관한 양국의 입장차가 커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은 유엔해양법에 따라 양국의 해안선에서 등거리에 있는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이어도와 그 주변수역은 해안선에서 거리가 훨씬 가까운 한국의 관할수역에 들어온다. 반면 중국은 이른바 ‘형평의 원칙’을 주장한다. 이는 이어도 주변 해역의 퇴적층이 중국 쪽에서 흘러나와 쌓였고 중국의 해안선이 더 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경계선은 이어도 동쪽에 그어진다.
이처럼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쟁점에서부터 치열한 법리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협상은 수년간 지속되는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1969년 북해대륙붕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형평의 원칙에 따라 경계를 획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를 강조한다. 반면 한국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2012년 4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 벵골만 해역에서의 해양경계선을 중간선으로 결정한 사례를 주목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이어도는 유엔해양법 제121조에 따라 영해나 대륙붕, EEZ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는 수중암초다. 해양자원의 보호 및 개발과 관련된 관할수역의 문제로 경계획정의 대상일 뿐 영유권을 따지는 영토분쟁의 대상은 아니다. 2012년 3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이어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영토분쟁이 아니며, 중국과 수역이 겹치는 구간을 조정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관할에 들어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심상정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현 정의당 대표)가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수중암초”라고 말하자 보수언론들이 “매국노”라고 공격했던 것처럼 국내정치적 갈등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2015년 총선을 앞두고도 예기치 못한 계기에 이어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제분쟁수역화를 조장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어리석은 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해군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이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