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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법무부의 무법행정
입력 : 2015-12-17 오전 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벼워도 너무 가볍고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 이쯤되면 갈등해결의 주체가 아니고 갈등을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법무부의 사시폐지 유예 입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무부는 지난 12월 3일 사시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삽시간에 로스쿨 교육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로스쿨 학생들의 학사일정 거부, 자퇴서제출, 집회, 로스쿨 교수들의 시험출제 거부 등 반발이 이어졌다. 반발이 확산되자 최종입장은 아니라고 발을 뺐지만 여전히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법무부는 빠지고 로스쿨생들과 고시생들이 서로 싸우는 기막힌 현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도입은 국가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로스쿨 도입 논의는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국가적 과제로 삼으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정부는 세계화의 일환으로 로스쿨 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국가적 과제가 된 정책은 다시 논의되기 마련, 로스쿨 도입문제는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주요과제로 다시 논의되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대법원 산하에 사회각계각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법원, 법무부, 변호사, 법학교수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행정부, 시민단체, 언론계, 국회, 헌법재판소, 경제계, 노동계, 여성계 등 거의 모든 사회 부분이 참여했다. 사법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위원회는 1년이 넘는 논의를 거쳐 단일의견으로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정책으로 정해지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후 로스쿨 도입 방안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 구체화되었고 국회는 3년간 심의한 다음 2007년 7월 3일 법률로 가결했다. 이로써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모두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물론 이 뒤에는 사법개혁위원회가 추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후 전국의 25개 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되었고 2009년부터 신입생이 입학했다. 벌써 4기의 졸업생이 배출되어 이들 중 대다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서 사회활동 중이다. 그리고 지금도 로스쿨은 신입생을 받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는 로스쿨 도입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사법시험은 그동안 대학교육의 황폐, 법조인들의 폐쇄적 서열문화 재생산, 획일화된 법조인 양성, 변호사양성에 국가예산 투입, 고시낭인의 증가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다양화되는 법률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변호사가 필요한 현재, 기존의 획일화된 사법시험은 더 이상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법시험 준비생을 위한 보호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법시험을 폐지하되 기존의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보호하기 위하여 2017년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로스쿨 도입 이후 8년간의 기회를 준 것이다. 대학입시정책의 변화도 이렇게 오래 유예기간을 주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로스쿨에 입학했다. 사실 사법개혁위원회는 5년의 사법시험존치를 건의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충분한 보호를 위하여 더 연장된 것이다.
 
이처럼 사법시험 폐지, 로스쿨 도입 논의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참으로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확보했고 이후에도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2008년 로스쿨 개원을 건의했으나 논의를 거치면서 1년 늦게 개원되었다. 늦은 만큼 더 많은 사회적 합의를 확보한 것이다.
 
로스쿨 제도는 교육제도이면서 법률가양성제도이므로 전사회적 합의에 따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다. 이해관계인 하나가 흔들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법무부나 대한변협이 함부로 흔들 수 있는 정책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정부기관인 법무부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고 행정부, 사법부와 입법부의 의사가 표현된 법률을 충실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정책집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이를 다른 말로 믿음이라고 한다. 국가 정책은 일관성과 믿음이 생명이다. 그중에서도 법률은 더욱 믿음을 중시한다. 법적안정성은 법률의 목적 중의 하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 정책과 법률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기관이 나서서 국가장기정책을 흔들어대니 당연히 아수라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고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법무부가 책임을 지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그러기에는 법무부가 너무 무능하다. 국가의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이상한 풍경도 결국 법무부가 초래한 것이 아닌가.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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