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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기업들의 혁신 실험…직원들은 즐겁다
조직구조·휴가·임금 시스템 개혁…성공 평가 이르지만 생산성은 향상중
입력 : 2015-12-13 오후 1:56:08
20세기 대표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한 선구자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다.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신시장 개척, 조직 재정비를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이 그가 말한 혁신의 내용이다. 슘페터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조적 파괴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기업은 '이윤'이라는 정당한 대가를 얻게 된다.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들에게서 혁신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예기치 못한 결과와 함께 모험적 시도에 머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성공한 혁신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올해에도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실험에 나섰다.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고,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시키겠다는 획기적인 제안도 있었다.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무제한 휴가를 도입한 꿈같은 기업도 늘었다. 이들의 모험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고 이윤을 극대화 한다. 사진은 최근 무제한 휴가 정책을 도입한 링크드인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015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토니 셰이 자포스 최고경영자(CEO)는 폭탄 선언을 했다. 자포스를 보스가 없는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셰이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4월 말까지 전통적인 계층제 피라미드를 없애겠다. 관리자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 초기부터 건전한 기업문화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셰이가 또 한 번의 실험에 나선 것이다.
 
보스를 없애라, 자포스의 '홀라크래시'
 
셰이는 수직적인 현행의 보고 체계를 없애고 구성원 개개인이 사업의 주체가 돼 의사결정에 관여하기를 희망했다. 자포스가 의류나 신발 중심의 이커머스를 넘어 더 큰 영역에서 활동하기를 바랐는데, 이를 위해서는 관료적인 조직 분위기를 없애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셰이는 새로운 조직 체계를 '홀라크래시'라 이름 붙였다. 홀라크래시는 여러 개의 서클로 구성되는데, 서클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한다. 마치 기상조건에 따라 구름이 생겼다 사라지듯 업무적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형성되고 해체된다. 서클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경영인처럼 행동할 수 있다. 기업 내 권력의 사다리를 제거함으로써 재능 있는 직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기를 바란 것이다.
 
셰이의 이 같은 모험에 대해 모두가 찬성을 했던 것은 아니다. 관리자가 없는 조직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셰이는 단호했다. 새로운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라고 했다. '근속연수+3'개월치 월급을 퇴직 장려금으로 주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관리가 아닌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없다면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홀라크래시가 시행된 이후 1500명의 직원 중 14%가 사직했다.
 
셰이는 타임, 엔터프러너 등과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홀라크래시는 전 직원을 행복하게 하려는 방법이 아닌 행복감을 느끼는 직원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애당초 모든 사람이 새로운 정책을 편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회사가 커지기 시작하면 직원 당 혁신이나 생산성은 줄어들게 마련"이라며 "자율권이 확보된 도시처럼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자포스를 궁극적으로 인큐베이터나 지주회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직원들이 필요했고, 이런 성향의 직원들은 관료적 조직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열정을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이들의 성장과 함께 커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셰이는 올해의 수익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9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의 실험을 아직 성공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순항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존 버치 자포스 관리총괄은 "자포스가 기존과는 다른 사업 영역에서 첫 번째 벤처를 공개할 때 우리의 실험 결과를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제한 휴가, 쉬는 날 비슷해도 생산성 껑충
 
지난 10월 링크드인은 무제한 휴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쉬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조직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맡은 일을 제대로 끝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무제한 휴가는 최근 미국 IT 업계에서 종종 확인되는 새로운 트렌드다. 링크드인에 앞서 넷플릭스, 에버노트, 허브스팟 등이 무제한 휴가를 도입했다. 베스트바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무제한 휴가 도입으로 유연한 근무 환경을 구축해 경쟁사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지킬 수 있는 동시에,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해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도 사라져 재무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타임지에 따르면 무제한 휴가를 도입할 경우 1인당 1898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부정적인 시선은 있다. 무제한 휴가 도입과 직원들의 자유로운 휴가 사용은 별개의 일이라는 것이다. 옥스포드이코노믹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휴가 사용 빈도는 전세계 최저 수준인데 일자리 유지에 대한 불안감, 승진 혹은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부담감, 휴가 후 밀린 일처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무제한 휴가 제도를 남용해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회사의 생산성을 되레 떨어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킥스타터의 경우 역효과를 고려해 무제한 휴가 정책을 폐지했다.
 
인사관리 전문회사인 맘모스HR도 무제한 휴가를 도입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겪지는 않았다. 나단 크리스텐슨 CEO는 지난달 경영전문 월간지인 패스트컴퍼니에 무제한 휴가 도입 1년을 평가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에 따르면 무제한 휴가 도입 후 휴가 사용 일수는 평균 14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복지 순위에서도 무제한 휴가는 건강보험과 퇴직연금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다만 무형의 성과는 있었다.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늘고 갈등이 감소한 것이다. 생산성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일정을 미리 조율할 수 있으니 휴가 전후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게 되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하니 상호 신뢰도 높아졌다. 무제한 휴가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메세지로 전해진 것이 주효했다고 크리스텐슨은 평가했다.
 
그는 무제한 휴가를 도입하려는 기업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무제한 휴가를 비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휴가를 단순히 개인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투자의 일환으로 생각하라고도 덧붙였다. 무제한 대신 자기책임휴가제, 자기계발기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제안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피치 못하게 휴가 사용을 불허해야 할 때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전직원 연봉을 7만달러로…긍정적 파급효과
 
하루 아침에 연봉을 두 배로 올려준다 하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될까.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업체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실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댄 프라이스 CEO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7만달러(약 825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4만8000달러 안팍의 현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높여주겠다는 것.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다니엘 카너먼 교수와 공동 진행한 "연간 소득이 7만5000달러 미만에서는 행복에 대한 감정은 소득 증가에 비례한다"는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스로도 미친 짓이라고 인정한 이 정책을 위해 프라이스는 110만달러에 이르는 자신의 급여도 7만달러로 삭감했다.
 
프라이스의 혁신 실험에도 시련이 뒤따랐다. "다른 기업들이 배워야 할 훌륭한 사례"라는 극찬도 있었지만 "사회주의자다, 로빈후드같다"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그가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며칠 후에는 회사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형 루카스가 "그동안 과도하게 많은 월급을 받아갔다"고 고소를 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책이 불공평하다며 회사를 떠난 직원도 생겼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의 선택이 올바른 행동이었음을 확신하고 있다. 포브스,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아직 15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90명의 직원 중 70명이 새로운 정책의 혜택을 보고 있으며, 그 중 30명은 임금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매출도 두 배 가량 늘었고, 고객의 재방문율도 91%에서 95%로 높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임금 격차로 인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야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태미 크롤은 연봉을 80%나 삭감해 그래비티로 자리를 옮겼고, 플로리다에서 소규모 미디어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앤드류 그린은 자신의 임금 30%를 줄여 4명 직원의 월급을 30~50% 올려줬다. 그린은 직원들이 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줄었다는 후일담도 함께 전했다. 가디언은 임금 인상 이후 상황을 추적하고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관계자를 인용해 "일년도 채 되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프라이스의 실험은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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