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CEO와 괴짜 소비자들이 시장에 크고 작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통념과 관습에 반기를 들며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원리와 가치를 발견하곤 한다. 때로는 이들 괴짜에 의해 세상이 바뀐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괴짜가 세상을 바꾼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시장에 획일적인 공급자와 소비자만 있다면 비슷한 제품들만 등장하겠지만 엉뚱한 경영인과 고객이 존재함으로써 시장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에디슨,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이 괴짜라고 놀림을 받았었고, 엘론 머스크와 존 레저 등은 차세대 괴짜”라고 소개했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인간을 지구 밖 화성으로 이주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 황당하지만 지구상의 환경 문제로부터 인류 생존을 돕기 위해 그가 택한 방식이다. 그 결과 머스크는 전기차를 만들었다. 화성에 인류의 정착지를 건설하기까지 긴 시간을 벌기 위해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이동수단을 고안한 것이다. 이같은 그의 괴짜스러운 발상은 전기차 시장을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테슬라의 혁신적 이미지도 공고히 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CEO. 사진/AP·뉴시스
파격적인 옷차림과 행동으로 외모에서부터 괴짜스러운 면모가 풍기는 존 레저는 미국 T모바일 CEO다. SNS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서슴없이 경쟁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행동들은 통신사답지 않은 혁신적인 모습을 추구하겠다는 T모바일의 언캐리어(Un-carrier) 전략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T모바일은 2013년 3월부터 무약정 제도, 6개월 주기 단말 교체, 100개국 무료 데이터·문자 로밍, 아이폰5S 1주일 체험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였고, 점유율 변동이 적은 통신 시장에서 경쟁사를 물리치고 3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괴짜 CEO들이 전에 없던 시장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면, 괴짜 소비자들은 어딘가에서 이미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키덜트 소비자, 특정 분야에 강한 지적 열망을 지닌 긱(Geek)들을 그 예로 든다.
장난감, 피규어, 색칠공부,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적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은 과거엔 ‘나잇값도 못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거대해진 키덜트 시장을 선도하는 프로슈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레고’의 경우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세계 팬들이 창작물과 창작법을 공유하고 있으며, 회사측은 이같은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비디오게임 등 새로운 장난감에 밀려 위기를 겪던 레고를 다시 부흥시키기도 했다.
또 열혈 기술 신봉자인 긱들도 역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이들은 킥스타터 등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큰 돈 없이도 투자에 참여하며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을 지원하고 가장 먼저 체험한다. 스타트업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 조달, 시장 조사, 수요처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음지에서만 활동하던 인터넷 댓글족들이 양지로 나오자 새로운 정보와 재미를 창출하게 됐다. 국내 TV 예능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생방송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댓글을 방송에 반영해 참신함을 더했다. 시청자들이 또 한 명의 작가이자 출연자가 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 점도 덤이다.
정 연구원은 “여전히 주류가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유행에 편승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언더 문화에 대한 관심, 외국인이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는 등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관대해지는 추세”라며 “이런 변화가 괴짜를 바라보는 배타적 시선을 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괴짜 시장도 충분히 주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작은 괴짜 시장까지 공략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의 소비자 교류 등으로 괴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향하지 않은 마이너 시장을 선점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고, 비주류 시장의 경험을 발판삼아 주류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