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 지역구 홍보와 민원 해결을 위해 감사 시간을 낭비하면서 빈축을 샀던 국회의원들.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지역구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며 정부의 원안보다 예산을 크게 증액했다. 특히, 도로나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실패한 경우가 빈번하지만 예산은 매년 증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예산 수정안은 당초 정부의 원안인 21조6593억원에서 2조3742억원이 불어난 24조335억으로 상임위를 통과했다. 상임위 통과 내년도 수정안 가운데 정부의 원안과 비교해 가장 많이 예산이 불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로 인한 국토교통위 예산 증액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경기 화성시 송산과 충남 홍성을 잇는 서해선 복선철도 사업의 예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당초 정부의 원안 1837억원에서 3950억원으로 무려 2113억원이 증액됐다. 송산은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홍성은 같은 당 홍문표 의원의 지역구다.
전남 보성과 무안 임성리를 잇는 철도 건설에도 1750억원이나 증액된 2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당초 이 사업에 대한 정부안은 250억원이었다. 이 철도가 지나는 구간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김영록·황주홍·김승남 의원 등 전남권 의원들의 지역구다.
이른바 당내 실세 정치인 또는 인근 지역구 의원들의 집단 예산 요구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지역구 발전을 위해 예산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무조건 자신의 지역구로 예산을 끌어오면서 예산 투입이 절실한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또 이로인한 지역 불균형발전이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 감시팀장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에 유리한 선심성 예산 증액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지만 지역에서 필요한 예산인지를 확인하는 과정 등에 의문이 든다"며 "예산은 한정됐는데 어느 부분을 늘리게 되면 다른 부분 예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꼭 필요한 지역에 대한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대규모 도로·철도 건설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수요가 적어 세금 낭비 사례가 많았던 만큼 보다 신중한 예산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총 사업비가 2736억원에 달했던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 사업의 경우 당초 하루 차량 이용대수가 63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이용대수는 12만6000여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 사업은 일일 승객이 30만명 수준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고작 2만8000명에 그쳤다.
유사·중복 예산,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상징성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농촌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많지 않은데 마을가꾸기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사업에 중복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이 적지않다"며 "주민들이 많지 않고, 고령화 및 인구유출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만큼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로나 철도 건설이 지역 현안사업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대한 사업을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한 것을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큰 규모의 사업을 위한 예산도 좋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주택복지사업 등에도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회의 무조건적인 지역구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행태에 대한 국회 내부의 자성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은 지난 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토위 예산 심사 소위 심사 결과를 보면 감액보다는 모조리 지역구 민원사업에 대한 증액 위주"라며 "감액예산은 단 한 건, 16억원이다. 우리 국토위의 부끄러운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