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용 5~6등급의 금융 소비자는 대출이 필요할 때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대출 고객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대출상품을 선택할 폭이 넓어졌다.
금융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비은행 서민금융기관의 전통적 사업영역으로 여겨지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 은행뿐 아니라 개인간금융대출(P2P) 중개업체가 속속 진입하며 관련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10% 내외의 금리수준으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주로 은행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5~6등급) 이하 고객들이 비은행 대출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게 관행이었다.
최근 시중에는 대형은행과 P2P 중개회사에서 신용등급 1~7등급, 또는 급여소득이 일정기간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500~3000만원 한도의 다양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은행 중금리 대출로 인한 평판리스크와 건전성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 캐피탈사, P2P사와 협업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은행에 P2P사 가세…상품 다양화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상품은 우리은행 '위비모바일 대출', 신한은행 '스피드업 직장인대출', KEB 하나은행 '이지세이브론', IBK기업은행 '아이원 직장인 스마트론' 등이다.
'위비모바일 대출'은 신용 1~7등급을 대상으로 1000만원 한도로 대출한다. 금리는 연 5.8~9.5% 수준이다. '스피드업 직장인대출'은 급여소득 6개월 이상인 고객이라면 500만원까지 연 5.3~8.1%이자로 대출해준다. '이지세이브론'의 경우 3개월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2000만원까지 연 6.0~8.0% 수준 금리를 적용해 대출하는 상품이다. '아이원 직장인 스마트론'은 급여소득 6개월 이상, 신용등급 1~7등급 고객이 대출 대상이다. 한도는 1000만원, 금리는 연 3.1~8.7% 수준이다.
여기에 P2P 중개회사가 속속 생기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다양해지는 추세다. P2P 중개사 8퍼센트는 개인, 소상공인 신용이 1~6등급인 이들을 대상으로 2000만원 한도의 대출을 해주는 상품을 지난해 12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연 5.0~15.0% 수준이다. 또 다른 회사 렌딧 역시 개인과 소상공인 신용 1~6등급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는데 연 4.5~15.0% 금리를 적용해 3000만원 한도로 대출을 해준다.
잠재 고객 얼마나…5~6등급 대출 비중 1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KDB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에 해당하는 신용 5~6등급 고객 대출시장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시장의 29.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30조8000억원(58.7%)이 비은행권 대출이다.
이어 3~4등급이 50조9000억원(28.5%)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2등급 38조9000억원(21.8%), 7~8등급 30조3000억원(16.9%), 9~10등급 6조원(3.3%)이 뒤를 잇는다.
이같은 수요에 비해 자금공급이 부족했던 만큼 저금리로 수익을 올리려는 은행이나 시장에 새롭에 진출하려는 P2P 중개업체에게 중금리 대출 시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은 물론 수익 확보도 가능한 매력처인 셈이다.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소득증가가 부진한데, 중금리대출 시장이 없으면 중신용자가 고금리대출에 의존하게 돼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된다"며 "중신용 고객 신용에 맞는 적정 금리 대출은 신용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은행-비은행-P2P 협업 비즈니스 필요
중기적으로 저신용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비은행,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대출한도가 커질 경우 은행의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중금리 대출 상품은 단기·소액의 원칙을 고수하는 등 리스크 분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타업권 끼리의 경쟁보다는 공생이 필요하다"며 "은행대출 초과분에 대해서는 중금리대출을 연계해 대출해주는 영업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 지방은행인 뱅크뉴포트는 주택담보대출에 편중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P2P사인 렌딩클럽과 제휴를 통해 소비자대출사업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렌딩클럽이 제공하는 전자메일 발송 서비스와 신용등급체계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