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숨은 가계부채'로 지목되는 자영업자대출(소호대출) 현황을 들여다보면서 은행권도 속도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상시 검사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올 들어 소호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은행들은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들이대면서 증가세를 조절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과 금감원은 신한·국민·KEB하나·우리·기업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현황과 여신심사실태 등을 조사했다. 이번 공동검사는 한은 요청으로 진행됐다.
이는 향후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 대출 부실 리스크(위험)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대출 연체자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호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나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는 이들이면 모두 신청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가계부채와 경계가 모호하다.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대기업 대출 대신에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소호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은행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금은 23조3000억원이 늘었다. 전체 기업 대출 증가액 44조 4000억원의 52.5%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소호대출 점검에 들어가면서 은행들도 자체적인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은행들은 이 보다도 한계기업 퇴출 요구에 따라 여신심사 기준이 까다롭게 바뀐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당국이 들여다보겠다고 규모를 줄인다기 보다는 대출 만기 연장을 까다롭게 보는 등 기존 여신심사 체계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지난달까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2000여곳에 이르는 중소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이 만기가 되거나 신규로 취급하는 대출에 대한 강화된 여신기준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일부 대형은들은 이미 하반기 들어 소호대출 증가세 조절에 나선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증가세가 가팔랐기 때문에 줄인다는 의미보다는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에 해당하는 소호대출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우량한 회사들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큰 폭의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대부분 담보가 제대로 갖춰졌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다"며 "대기업 비중이 많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절 차원에서 아직까지 조금 더 늘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