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은 컨템포러리 미디어아트 융복합 다원예술 댄스 시어터 퍼포먼스입니다. 고만고만한 한국예술을 비웃으며 도도하게 비상하는 군계일학의 연극이자 무용, 로봇아트이지요."
이 당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창단한 지 15주년을 맞은 열혈예술청년단 단원들입니다. 이들은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에서 말 그대로 연극도, 무용도, 로봇 시연회도 아닌 희한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작품의 제목은 바로 ‘로봇을 이겨라2’입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열혈예술청년단과 확장미디어스튜디오의 융복합 프로젝트의 후속작인데요.
'로봇을 이겨라2' 중 한 장면. 사진/열혈예술청년단
짐작하셨겠지만 무대에는 로봇들이 줄기차게 출연합니다. 공연은 윤서비, 유재미, 이종민, 이세승, 염문경, 김현주, 전지예 등 7명의 공동창작자들의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13개 장면과 짧은 브릿지들이 꼴라주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배우들의 연설과 강연, 재현과 신체 연극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독공학대학원대학교(KGIT) 김현주 교수가 이끄는 확장미디어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로봇들이 등장합니다.
이 로봇들은 인간과 계속해서 대비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로봇들은 때로는 미래 정의 구현의 주체로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용수와 조우하며 움직임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인간과 흡사한 로봇이 출현하게 되면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한다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들 열혈예술청년단은 인간은 무엇이며, 생각은 또 무엇인가, 정의는 또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요즘 대학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적극적인 실험과 도전이 돋보입니다. 기계음을 내는 로봇 외에도 물성화된 신체를 관객들에게 만져보도록 한다든가, 뜨거운 촛농을 배우의 신체에 떨어뜨린다든가 하는 행위들로 오감을 자극합니다. 현재를 낯설게 만듦으로써 미래를 암시하는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알듯말듯한 표정을 한 관객들에게 출연진은 강한 어조로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이게 바로 포스트 드라마틱 시어터예요. 우리는 군계일학이라니까요!” 끊임없는 절절한 외침에 객석에서 비로소 웃음이 터집니다.
출연진들이 자기 소개를 하는 것부터 출발해 사회적 이슈는 물론이고 공연계를 향한 성역없는 비판까지 아우르는 이 작품은 일면 다큐멘터리 시어터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이들 젊은 창작자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결론을 내리는 대신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듯, 사안 하나하나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관객의 시야각을 넓히는 데 주력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근대를 살고 있다"는 한 출연자의 멘트는 서로 복수하는 것을 옳은 선택으로 여기는 듯한 사회를 향한 이들 공연팀의 냉철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정치색이 1도 없는 순백의 연극, 자로 잰 듯 완벽한 균형감각을 갖춘 평화의 연극+무용'이라고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열혈예술청년단의 '로봇을 이겨라'는 2016년부터는 '로봇+움직임'이라는 시리즈로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겁없는 젊은이들의 공연을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날짜: 2015년 10월30일~11월8일
-장소: 정다방프로젝트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로봇을이겨라2' 포스터. 사진/열혈예술청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