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경쟁체제의 강화에 있다. 과거에는 금융권 내에서 겸업 또는 겸영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했으나, 이제는 비금융회사에도 은행 비즈니스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추세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0월30일 도입된 계좌이동제, 이미 시행중인 펀드 슈퍼마켓과 도입 예정인 보험 슈퍼마켓 등 온라인 판매채널의 활성화, 복합점포 등을 통해 금융권 내에서의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한편, 내년 도입될 비금융회사의 은행 비즈니스 진출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ICT 기업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소액 외환이체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3개 컨소시엄에서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금감원에서 심사중이며, 오는 12월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ICT 기업들은 금융 혁신을 기반으로 예대업무 뿐만 아니라 각종 수수료 관련 사업에서 기존 은행과 경쟁하게 된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강점은 채널 관련 비용과 인건비를 절감해 이를 가격 경쟁력으로 전환하는데 있다. 기존 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송금, 펀드 및 방카슈랑스 등 각종 수수료 관련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특히, 예금시장과 송금 등 수수료 관련 시장의 잠식이 예상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서비스 차별화 없이 가격 경쟁에만 몰두할 경우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각자 모기업의 이익만을 내세울 경우 불협화음이 커져 은행산업 전체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금융 산업에서 혁신적인 차별화는 쉽지 않다. 이번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을 보더라도 모두 비슷한 사업모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거나 구색 맞추기식의 정책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개인 대상의 외환 송금시장이다. 지난 6월 기재부에서 발표한 외환제도 개혁방안의 내용 중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외환이체업 제도가 포함돼 있다. 그 동안 은행의 독점 업무였던 외환송금업을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 기업에 허용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을 대상으로 건당 2000달러 정도의 소액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나 새롭게 시장 진입자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은행에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6년부터 비은행 송금회사에 외환이체업을 허용한 결과 2014년 기준으로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54%에 이르는 등 매우 빠른 성장을 했다.
또한 최근 들어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아지모(Azimo), 줌(Xoom), 월드레미트(WorldRemit) 등과 같은 외환 송금 관련 글로벌 핀테크와 페이팔(Paypal), 라인페이(Linepay) 등 지급결제업체의 참여가 확산되는 추세적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 접근성, 편의성, 신속성 등이며 기존 은행에서 갖추지 못한 분야에서 혁신성을 제공할 것이다. 국내에서 소액 외환이체업 제도가 도입되면 최소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 외환송금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외환 송금시장의 수수료 인하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은행은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 예대마진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쟁정책으로 인해 수수료 수익 확보마저도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경쟁체제 도입은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가격, 서비스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에서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에 정책 목표를 두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각종 비용 증대를 수반할 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경쟁 촉진은 제판 분리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과 유통구조가 있듯이 금융 산업에서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판매부문의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정책 추진과 함께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제판 분리의 기반이 되는)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고객, 채널 측면에서 경쟁 우위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으나 경쟁체제 도입은 이를 점차 약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은행도 "우리 아니면 안돼"라는 기존의 우월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빠르게 전개되는 시장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혁신적 변화가 요구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