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다음달 10일 열린다.
대법원이 일본 부동산 매입 관련 배임 혐의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만큼, 검찰과 이 회장 간에 배임액 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 심리로 오는 11월10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현재 11월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첫 공판기일인 만큼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403호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일본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대출받은 309억원 전액을 배임액으로 볼 수 있느냐다.
앞서 항소심은 이 회장이 자신 소유인 팬 재팬(Pan Japan) 명의로 일본에 있는 빌딩 두 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CJ 일본법인(CJ Japan)에 연대보증을 세워 대출받은 39억5000만엔(약 309억원) 전액을 배임액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연대보증 당시 팬 재팬이 자력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상태였기에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산정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배임액을 특정할 수 없는 만큼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경가법상 배임죄는 재산상 이득액 또는 회사의 손해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액수와 관계없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형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이 특경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한 만큼 검찰도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1657억원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이 회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회비·조사연구비 등을 정상 지급한 것처럼 전표를 조작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115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무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이 지난달 10일 횡령·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징역 3년,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회장는 실형 확정을 피하고 다시 한 번 법원의 심리를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소월로 CJ그룹 본사 모습. 사진 / 뉴스1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