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0선을 넘어선 가운데 기관의 펀드 환매 부담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매번 코스피 2000선이 돌파될 때마다 지수의 발목을 잡았던 만큼 이번에도 기관의 매물 압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하거나 돌파할 때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패턴은 반복됐다. 실제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을 보면, 최근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2000~2050선 구간에서 130조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1950~2000선 구간에서는 80조원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1950선 이하에서 유입됐고, 1950선 이상에서는 유출됐다”며 “최근 코스피 2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동향도 달라지고 있는데 유입보다는 유출 빈도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말 코스피가 1830선 아래로 떨어진 당시 기관의 주식 순매수 행보가 이어졌던 것도 향후 펀드 환매 물량이 유출될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1829.81포인트를 저점으로 반등한 이후 지금까지 연기금과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조2600억원, 68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며 “2012년 이후 환매에 치중한 국내 펀드 플로를 감안했을 때, 국내 투자자(기관)는 2000포인트 이상에서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 물량이 대규모로 출회되지는 않겠지만, 지수에 단기 압력은 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미 2~3년 전 많은 물량이 유출됐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도 아닐 것”이라며 “일정 부분 지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상 국내 증시가 물량 부담을 뚫고 크게 오를 여력이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최근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의 단기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 부담이 잠재하는 현 시점에서 코스피 추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춰야 한다고 권했다. 오 팀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반등의 성격을 기존 안도랠리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유리하다”며 “반등 목표치로 제시했던 2050선부터는 수익률 관리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도 “단기 트레이딩에 국한해 목표수익률을 짧게 잡고, 외국인 순매수 유입 여부에 따라 짧게 치고 나와야 한다”며 “주 중반부터는 하락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