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기업공개(IPO) 시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국내외 IPO지수 상승세가 꺾였고 공모 경쟁률도 떨어졌다. 상장차익이 주춤하면서 공모주펀드로 자금 유입도 둔화됐다.
하지만 글로벌 IPO 시장의 양적성장은 여전한데다, 국내의 경우 단기적으로 제주항공, 내년 호텔롯데가 대어급 상장을 예고하면서 기대수익을 다소 낮춘다면 IPO 시장은 알파(α) 전략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삼성SDS·제일모직 이슈로 덩치 커진 IPO 시장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IPO 투자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SDS, 제일모직의 상장 이슈를 거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IPO 투자가 알파 전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공모주에 우선 배정권이 있는 하이일드펀드, 우회 상장의 하나인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중소형주 강세가 맞물리면서 IPO 열풍은 올 상반기까지 계속됐다. IPO를 활용해 투자하는 방식은 ▲공모주 펀드 ▲하이일드펀드 ▲스팩 펀드 ▲해외 IPO ETF 등으로 다양하다.
투자수단이 다양해진데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상·하한가 제한폭을 30%로 확대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규 상장종목의 시초가는 공모가 기준 50~200%에서 결정되는데, 공모가격이 1만원인 종목은 상장 당일 2만6000원까지 급등, 하루 만에 160% 투자수익을 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간접투자 공모주펀드는 '주춤'
공모주에 직접 투자할 경우 높은 청약 경쟁률, 이로인해 낮아지는 청약 배정률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모물량 배정에 있어 좀 더 유리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공모주펀드,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 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이유는 장기 목적이 아니다"며 "신규 공모주는 상장 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어 공모주의 저평가 상태를 활용해 상장 이후 차익을 실현하면서 수익을 쌓아가는 방식이 필요한데, 공모주 펀드는 수많은 IPO 중 전문가가 우량 기업을 선별하고 매도타이밍을 잡아준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장차익이 시들해지면서 펀드 자금 유입 규모도 둔화됐다. 1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에 최근 3개월간 유입된 자금은 1924억원이다. 연초 이후 2조4988억원이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자금 규모가 크게 주춤해진 모습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종목의 주가를 평균한 지수는 5월 이후 약세로 전환했는데,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본토 증시 급락 이후 IPO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해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온수 연구원은 "하이일드펀드와 일반 공모주 펀드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지난해같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 중 BBB+ 채권에 3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늘어나고 있어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비용항공사(LCC)로는 처음으로 제주항공이 내달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제주항공·호텔롯데 새 불씨될까
지난해와 올 상반기처럼 중소형주의 추세적 상승국면이 아닌데다 스팩 합병 취소사례도 이어진 만큼 전문가들은 IPO 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눈을 낮춘다면 공모주 투자는 시장에서 알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써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4분기에도 증시 상장을 위해 제주항공, 더블유게임즈 등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호텔롯데가 대어급 IPO를 예고하고 있어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코넥스 투자 등으로 한발 앞선 IPO 투자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최창규 연구원은 "코넥스가 코스닥으로 가는 관문임을 감안하면 한 템포 빠른 IPO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종목의 상장일 종가 대비 수익률은 10월 현재 평균 98% 수준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주항공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21~2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하며 28~29일까지 공모청약을 받아 내달 초 상장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국내 비상장 회사 중 기업 가치가 크다. 또 면세점, 호텔, 프랜차이즈 사업 등 중국 관련 소비재 분야를 다루고 있어 중국향 소비재를 맡는 사업지주회사의 등장으로도 해석된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