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를 지정합니다. 책의 수도로 뽑힌 도시는 전 세계 모든 책과 저작물의 중심지라는 영예를 안게 되는데요. 지난해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에 이어 올해는 우리나라의 인천이 '3수' 끝에 책의 수도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기념해 지난달 인천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독서대전 행사 중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백일장에서 중등부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검정고시 출신 16세 소녀가 중학교 재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상이 번복됐던 겁니다. 말 그대로 상을 ‘줬다 뺏은’ 건데, 이 사건 때문에 인천시에 각종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천시의 무책임한 번복 탓에 원래 상을 받기로 됐던 소녀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요, 어렵게 얻은 ‘책의 수도’라는 위상에도 금이 갔습니다.
번복이 상처를 주는 건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장사의 무책임한 번복 공시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특히 인수합병(M&A) 관련 공시같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뒤바뀔 경우 정보력이 없는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인포피아를 단적인 예로 들 수 있을 텐데요. 인포피아는 지난 2월17일 동아쏘시오홀딩스로의 인수를 의미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공시를 냈고, 공시 다음 거래일인 23일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주가가 장 중 상한가 근처까지 뛰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하지만 다음 달 말 해당 계약이 해지됐다는 내용의 번복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거래소는 인포피아를 공시 번복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고요.
공시만 보고 피인수 기대감에 홀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만 큰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지난 8월 말 횡령·배임 건까지 겹치며 한 때 신고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52주 신저가 근처를 배회 중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번복 공시의 경우 차익 실현을 노린 '고의'와 불가피한 공시 정정 건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매년 시장에서 반복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