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증권맨의 귀성 발걸음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기대와 달리 준비된 선물 꾸러미가 풍성하지 않다. 상반기 흑자전환과 증시 고공행진에 ‘추석 떡값’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최근 갑작스런 중국발 쇼크와 증시 부진 탓에 지갑을 닫는 증권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중 현재까지 추석 상여금 지급을 확정한 곳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적다. 현대증권은 추석 귀성비로 사원에게 30만원, 대리급 이상 책임자에게는 40만원을 준다. 한국투자증권은 전 직원에게 30만원을 제공하며 SK증권은 효도비 명목으로 소정의 현금을 지원한다. 자기자본 규모로 업계 1위인 NH투자증권도 10만원 상당의 상품을 지급하는 데 그칠 계획이다.
소수의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증권사 대부분의 경우 추석 상여금이 제공되지 않는다. 상반기 순이익 1위를 기록한 삼성증권이지만 직원들에게 별도의 추석 떡값은 주지 않을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상여금을 주지 않는 대신 실적과 연계된 성과급만 매년 1회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따로 성과급을 제공하지 않는다.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아직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다.
증시가 활황이었던 지난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증권가의 추석 시즌은 화려했다. 기본급의 50% 이상, 많으면 100% 넘게 추석 상여금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다른 업종 직원들의 상여금과 비교해도 두둑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증시 불황과 경기 침체, 구조조정을 겪은 탓에 예전 수준의 상여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 중 대부분의 증권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코스피도 고공행진하면서 명절 떡값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하반기 차이나 쇼크와 증시 부진 탓에 다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올해 추석도 선물 세트나 상품권 정도로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축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시장 전반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상여금이나 선물 지급 계획을 세우는 데 좀 더 신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