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부터 벤처투자시장의 징검다리가 될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가 영업을 개시한다.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활성화 의지가 강한 만큼 특화 증권사들이 투자에서부터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4분기 중 2개 이상의 중소기업 특화 투자은행(IB)을 지정해 중소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벤처자본의 투자·회수시장 지원에 나선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IB의 일반신용공여와 기업신용공여를 각각 자기자본의 100%까지 허용해 주는 것으로 파생상품과 일반상품까지 신용공여 업무범위가 확대된다. 벤처투자시장 확대와 더불어 업무 영역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투자수요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발굴해 향후 코넥스, 코스닥 기업공개(IPO)로 연결되는 거래관계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기 특화 증권사 지정은 지난 7월 금융위의 중소·벤처기업 투자금융 활성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물론 자금 공급자인 연기금 등 벤처펀드 출자자, 운용사인 벤처캐피탈, 엔젤투자, 크라우드펀딩 등의 투자자, 그리고 중개기관 등이 속한다.
벤처투자시장은 그동안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거래하는 구조였다. 중개기관으로 나설 금융투자업계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시장 참여를 피한 게 사실이다. 투자대상 기업과 투자자를 모두 유치하고 투자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의 역대 최대규모 자금을 모집한 국내 벤처캐피탈뿐 아니라 최근 벤처투자시장 확장추세를 고려하면 무엇보다 회수시장의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탈이 자금회수에 있어 M&A보다 IPO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특화 IB를 통해 벤처투자시장 중개기능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정부의 중소기업 특화 IB 선정은 분산된 시장구조에서 인증효과를 통해 중개기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모험자본시장 중개기관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높이고 중개거래의 흐름을 집중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사실상 특화 IB의 역할이 모험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이라는 공공적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박용린 박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기준을 완화해주거나 비상장주식 유통시장 활성화에 중소기업 특화 IB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