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개방 이후 고성장을 주도한 국유기업에 대해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국가 소유 하에 있는 국유기업 지분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효율성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13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국유기업의 혼합소유제 실현과 기업 분류를 공익성·상업성으로 양분화 체제 하에 관리한다는 내용의 '국유기업 개혁 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관련 개혁의 큰 틀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중국의 공기업 중 상당수는 성장 잠재력이 낮은 전통산업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일각에서는 '좀비기업'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들을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국유기업 간 통폐합의 필요성은 일찍이 대두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꼽혔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성장의 축이 서비스업과 첨단·신기술 산업으로 이전되면서 국유기업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중국정부는 적절한 타이밍에 국유기업 개방이라는 카드를 빼들면서 중국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혁으로 기업들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인 개혁 대상 기업이나 개혁 규모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반쪽자리 개혁'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의 향후 경제개혁을 뒷받침할 핵심정책인 국유기업 개혁안이 베일을 벗으며 경제성장에 효과를 발휘할지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한 공사현장 벽에 '부강'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국유기업 대외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화 기대
'공룡을 맹수로 변화시킬 것이다."
국가 소유 하에 간신히 연명은 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기업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유기업이 상당수다.
이들을 통폐합 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맹수 같은 존재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목표다. 국유기업의 국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공기업 간 합병정책 등이 추진될 경우, 공급과잉 조정 이외에도 대형화를 통한 대외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해외진출 역시 활발해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112개인 중앙 국유기업의 수는 향후 5년~7년 사이 30~50개로 통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 내 인수합병, 산업의 전·후방 기업들의 일체화, 산업 벨류체인 내 단계별 전문화와 분업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강, 조선, 해운 등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위주로 가장 먼저 통합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리진 중국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유기업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진일보한 정책"이라며 "국유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북경대학 경제학과 마이크 페티 교수도 "이번 개혁안은 중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본의 적절한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맹이 빠진 개혁안에 시장 반응 '시큰둥'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중국경제 성장에 뾰족한 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수다. 이번에 공개된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인 개혁 대상 기업이나 통폐합 규모 등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 알맹이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한 시간표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나오지 않으면서 증시부양을 위한 제스처일 뿐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적인 자금조달이 이번 국유기업 개혁의 주요 골자 중 하나로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개혁 실천의지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며 "오히려 민간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여 국유기업의 덩치만 키우는 역효과를 초래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려한 적이 없는 만큼 민영화 작업이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핼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국영기업의 역할을 축소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이번 개혁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개혁의 강도가 약해 경제나 증시부양에 영행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