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가을 시작했던 긴급 대출 프로그램들을 금융위기 발생이후 처음으로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긴급 프로그램 중 한 가지(TSLF 중 일부)는 완전히 파기되고 두 가지(TAF, TSLF 중 일부)는 축소될 예정이다. 이들 세 가지 프로그램들은 그간 현금 또는 국채를 증권사와 머니마켓 펀드에 제공하는 한편, "비일상적이고 위급한 상황" 하에서 특별 자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들과의 통화 스와프를 포함, 다섯개 프로그램(통화스와프, TSLF 중 일부, AMLF, PDCF, CPFF)들은 내년 2월1일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어제 발표된 FOMC 회의 성명서에서는 오늘과 같은, '출구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는 언급돼 있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FRB의 한 각료는 다른 각국 중앙은행들과의 스와프 라인 연장 여부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납세자들의 세금 200억달러를 들여 메릴린치를 인수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같은 날 의회에서 벌어진 영향으로 FRB의 이같은 발표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TALF 프로그램
FRB는 올 연말까지 운용하기로 한, '기간 자산 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의 경우엔, 만기를 연장할 지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재무부는 그간 은행들의 장부상 채무를 덜어주기 위해 1조달러를 TALF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 온 바 있다.
이날 성명에서 FRB는 "금융시장 조건은 최근 몇 달간 개선됐지만 많은 분야에서 시장 기능은 훼손된 상태에 머물고 있고 얼마간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별 기금들이 앞으로도 더 필요한지 "자세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FRB는 덧붙였다.
◇은행 유동성 축소..TSLF 일부는 폐지
각국간의 자금 경색을 완화시키기 위해 FRB는 상업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간 입찰 대출창구(TAF)'의 신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하에 제공된 신용 입찰규모가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재할인 창구 격인 TAF는 입찰방식으로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격주로 진행되는 TAF 입찰규모는 종전 1500억달러에서 7월13일부터는 1250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FRB는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될 경우 TAF 입찰규모를 더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TAF는 기한 없이 계속 진행된다.
또 FRB는 우선채 딜러들을 대상으로 국채를 빌려주는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기간물 국채 대여 제도(TSLF)' 하에 운용되는 경매 규모도 종전 600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중 신용도가 높은 연방정부 채권이나 연방 보증 모기지담보 증권 등을 담보로 해 국채를 빌려주는 이른바 '스케줄 1 TSLF'은 7월1일까지만 진행된다.
투자적격 회사채, 지방채, 모지기담보 채권, 자산담보부증권 등을 담보로 해 격주로 진행되던 `스케줄 2 TSLF`은 유지하되, 입찰기간을 4주단위로 바꿨다. 입찰규모도 종전 200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밖에 TSLF 중 신용도가 높은 만기 옵션을 대상으로 하는 'TSLF 옵션 프로그램(TOP)'도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통화스와프, TSLF 일부, AMLF, PDCF, CPFF 등은 기한 연장
다만 FRB는 '프라이머리 딜러 대출창구(PDCF)'의 기한은 2월1일까지 연장됐다. PDCF는 지난해 3월 베어스턴스 붕괴 때 개설된 프로그램으로, 증권사들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PDCF가 금융시장 조건이 취약할 경우에 한해 단기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FRB는 밝혔다. 올해 말까지 자금 경색 사태가 다시 도래할 경우에 대비해 운용된다는 취지다.
TSLF 중 일부, PDCF 외에도 FRB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머니마켓펀드 유동성대출 창구(AMLF)', '기업어음 자금대출 창구(CPFF)' 등의 운용시한을 내년 2월1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또 한국은행을 비롯, 세계 13개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 스와프 협정도 마찬가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통화 스와프 규모는 지난해 12월 5800억달러를 넘어서며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는 1500억달러 미만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 FRB, '출구전략' 시동거나
소시에떼 제너럴의 채권 투자전략가인 시아란 오헤이건은 "금융정상화를 암시하는 FRB의 조치들은 온건한 편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바"라며 "오늘 나온 조치들은 FRB의 과도한 자금 지원에 대한 우려를 줄일 것"으로 평가했다.
FRB가 이날 성명에서 금융여건이 다시 악화될 경우 TAF와 TSLF를 다시 확대 시행할 수 있음을 강조했지만, 월가는 경기가 회복징후를 보임에 따라 FRB가 '양적완화정책'으로 확대된 유동성을 미리 회수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이같은 기대심리를 반영하듯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들은 이날 일제히 급등세로 마감했다. 아직 경제 상황을 안심하기엔 이르지만 이날 시장은 FRB가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처음으로 긴급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줬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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