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재정 부족 상황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특히 보편복지는 중앙정부가 100% 지원을 해야 합니다.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장관들에게 미룰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시청장협의회를 통해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할 것입니다.”
유덕열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동대문구청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와 자치구의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발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는 내년부터 재정교부금 총 2862억원을 각 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내 모든 자치구가 법정경비인 사회복지비를 100%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진짜 자치분권’이 서울시에서 본격화됐다며 주목했다.
이날 발표를 두고 박원순 시장의 ‘통큰’결단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유 회장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유 회장은 지난 6월24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치분권강화를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다. 국책사업에 대한 국가부담액 상승도 그가 임기중 세운 목표 중 하나다.
민선 2기와 민선 6기를 아우른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산 증인격인 그는
“중앙정부가 중앙집권적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자치로 바꿔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구청장 취임 1주년과 함께 자치분권 본격화에 나선 유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사진/동대문구청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으로서의 각오는.
협의회는 서울시 자치구간 공동 현안과 지역발전을 협의하는 행정협력체다. 앞으로 25개 구청장들을 대표해 자치구 공동협력 및 서울시·중앙정부와 연계해 법령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적극적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구청장 및 서울시·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주민 복지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자치구 재정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난 2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에서는 구청장들 뜻을 모아 자치구 조정교부금을 21%에서 24%로 인상할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배분되는 지방소비세도 11%에서 16%로 인상해 자치재정을 강화하겠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재정 등 국가사업도 국가 부담액 확대를 추진 중이다. 특히 기초연금 국비 부담액 비율을 현행 70%에서 80%까지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무상보육 경비를 타 시군구와 동일하게 현행 국비 35%에서 65%까지 확대 부담토록 해 자치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
취임 1주년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무엇인가.
소속 공무원들의 청렴도 상승이다. 동대문구에서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뇌물사건이 8건 발생했다. 민선 3기와 4기를 연임하던 구청장도 금품 수수혐의로 구속됐다. 민선 5기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친절과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덕목이다. 친절하고 청렴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패널티를 부여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렴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해 100만원 이상 뇌물을 수수할 경우 공직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민선5기 4년 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이 단 1건도 없었다. 특히 민선6기 들어서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감사담당관내 청렴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청렴자치구 명예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개최된 ‘2015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청렴공약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대외적 평가에서 지역복지사업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정부 규제개혁 평가 결과 행자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안전대책은 가장 큰 현안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지난 해 세월호 사고와 최근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동대문구는 부구청장 직속으로 안전담당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개소의 빗물펌프장을 보유하면서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을 써왔지만 이제 그 오명은 벗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신이문 빗물펌프장을 증설하고 용두3빗물펌프장 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관리 자문단을 활용해 대형공사장, 노후 건축물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재난 대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청량리는 수도권 동북부의 중심이다. 올 하반기 본격 개발을 앞두고 있다.
청량리4구역은 올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철거된다. 집창촌이 있던 자리에 고층 빌딩단지가 조성되고, 65층 규모 지상 200m 높이의 랜드마크타워가 들어선다. 여기에 약 295실 규모의 호텔(2만 6,089㎡)과 1436가구 규모의 주거타워가 건설된다. 이와 함께 동부청과시장 부지에는 지상 50층, 55층, 56층, 59층의 공동주택 4개동 1160가구의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 동부서울의 관문인 청량리역세권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게 된다. 앞으로 상봉역에 빼앗긴 경춘선 출발역을 되찾는다면 청량리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관문으로서 동부서울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다.
취임 당시 최우선 사업으로 교육분야를 지목했다. 지난 1년간 어떻게 발전했나.
우리 구는 지난 2010년부터 강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예산을 교육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시 교육지원청 평가에서 우리 동대문구가 속해있는 동부교육지원청이 최고 평가를 받는 등 결실을 맺었다. 지난 2월에는 ‘2015학년도 예비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돼 ▲민?관거버넌스 구축 ▲방과 후 학교 ▲신나는 주말 놀이학교 ▲우리 마을 인재풀 동네방네 재능배달 ▲꿈과 재능을 펼치는 자기주도 활동 ▲전문가와 함께 하는 청소년 인성교육 등 6개 사업을 운영하며 혁신교육 추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 교육 부담이 크다. 조언을 부탁한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다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도 주말부부다. 아내가 충북 제천 세명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청장을 하면서도 월급을 제대로 가져다 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진심어린 조언과 아낌없는 성원을 베풀어줬다. 대학 교수이면서도 항상 겸손하게 함께 해줬다. 아내 정승교 박사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말을 전하고 싶다. 성인이 된 두 딸에게는 어릴 적부터 자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했다. 별로 잘해 준 것이 없어 미안하지만 의젓하게 성장해 고맙게 생각한다.
남은 임기 중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동대문구는 2015년을 민선6기 구정운영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삼고 있다. 또 37만 구민의 의견을 반영한 ‘동대문구 비전 2018’을 추진 중이다. ‘비전 2018’은 안전, 복지, 교육, 성장, 문화, 소통, 녹색 등 7개 키워드로 구성됐다. 경중을 따지기 어렵지만 역점사업으로 아이들 교육문제와 주민 안전, 복지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민선5기에 이어 민선6기에도 교육경쟁력 강화와 안전행정, 복지향상에 역점을 두고 구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동대문구의 자랑인 ‘보듬누리 사업’에 있어 재능기부와 정성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희망복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6월말 현재 1021명에 달하는 희망복지위원들을 1500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