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5에 마련된 파나소닉 부스. 사진/로이터
파나소닉은 VCR 시대를 주름잡던 글로벌 강자다. 하지만 디지털화에 따른 급격한 산업 변화와 한국 전자기업들의 성장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며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파나소닉은 기업 간 거래(B2B)로의 전환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전자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자동차, 주택, B2B솔루션, 가전을 새로운 대표사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부활하는 파나소닉, 성역 허물고 본업 바꿨다'라는 보고서에서 파나소닉이 근본정신인 '고객가치'만을 남기고 시대상황에 맞게 철저히 재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 약 3800억엔의 적자를 낸 파나소닉은 2011과 2012년에는 연달아 7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리먼사태, 엔고, 일본 대지진 등 외부충격에 의한 일시적 부진이란 평가가 다수였지만, 2011년과 2012년은 PDP투자 실패, 무리한 산요 인수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파나소닉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2012년 발탁된 쯔가 카즈히로 사장은 기존에 주력하던 소비자 대상 거래(B2C)를 후순위로 놓고 B2B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차량 전장, 중대형 2차 전지, 장치 솔루션 등 자동차 및 산업용 솔루션 ▲주택관련 설비-조명, 전기설비, 태양광 발전, 공조시스템 등 에너지 솔루션 ▲영상 네트워크, 비주얼 시스템, 항공, 보안시스템 등 기업용 오디오·비디오 사업 등이 중심이다.
목표 고객군 역시 일반 소비자에서 주택, 자동차, 기업, 항공, 사회 등으로 과감히 확장했다.
이같은 변화에 파나소닉은 2013년 1204억엔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영업이익률을 3.9%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1795억엔의 순이익과 5%의 영업이익률을 내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오는 2018년까지 매출 10조엔(93조3010억원), B2B사업 비중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B2B로의 전환이 무조건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B2B는 원가경쟁력으로 무장한 신흥 저원가 기업들의 공세로부터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의 확보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과 공급사간 고착화된 관계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파나소닉이 기존 사업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B2B시장에 진입하고 자회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업의 전환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며 "충분히 계산된 모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B2B사업영역을 선정함에 발전소, 고속철도 등 정부나 기업을 최종 고객으로 하는 시장보다는 자신들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소비자를 최종 고객으로 하는 자동차, 주택 B2B 시장에 진입했다.
또 해당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에서도 B2B관련 자회사를 합병해 내부화하거나 조직문화가 유사한 외부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B2B사업의 핵심 축을 단기간에 구축해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
가령 주택 에너지 솔루션 시장 진출을 위해 전기설비 산업에 뚜렷한 입지를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파나소닉 전공를 흡수합병해 내부화한 후 주택관련 자회사인 파나홈(PanaHome)과 적극적인 시너지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 사업의 경우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과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가 있는 오토모티브사업부를 가속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B2B솔루션 사업은 기존의 시큐리티 시스템 사업과 항공AV사업을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파나소닉이 포진하고 있는 일본은 내수시장이 크고 토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고객이 많아 내수시장만 잘 공략하더라도 B2B사업에서 기본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덕식 연구위원은 B2B라는 기치로 수익성과 경쟁력 중심으로 철저히 구조조정을 감행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PDP기술의 종주국이었던 파나소닉은 PDP기술의 실패를 인정함과 동시에 성역으로 간주되던 TV사업을 대폭적으로 구조조정했다. PDP패널공장을 대부분 감손처리했으며, 해외생산거점도 대폭 축소했다. 핵심사업부였던 TV사업부를 가전사업본부 산하로 배치했고, 디지털 전자사업의 핵심사업본 부였던 AVC 네트워크의 역할을 B2B관련 오디오·비디오·네트워크 사업으로 전환했다. 얼굴이었던 사업부를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면서 과감히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스마트폰, 블루레이, 반도체, 디지털카메라, B2C 관련 2차 전지사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제조자 개발생산(ODM) 등을 활용한 사업모델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 있던 헬스케어 사업도 장기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매각을 단행했다.
파나소닉의 구조개혁은 조직개편으로도 이어진다. 본사 슬림화와 사업부제 부활이 핵심이다.
2012년 당시 7000여명에 달하던 본사 인력은 사업별 전진배치 등을 통해 최근에는 약 3000명 수준으로 슬림화됐다. 또 전사통합 마케팅 조직의 기능과 권한을 사업조직에 대거 이양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업부 단위로 제조와 판매를 일체화시키고 있다. 전략 지역에 대해서는 일부 사업본부는 본부장과 핵심 스탭부서를 전략 지역에 전진배치 하는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파나소닉의 개혁 성과는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엔저 등 외부적 요인도 영향을 미쳐 아직 성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감덕식 연구위원은 "차별적 B2B사업모델 개발, 글로벌 시장에서 B2B고객 확보 등 파나소닉의 앞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그럼에도 변화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으며, 그 방향이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기업들은 어떻게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며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현재의 사업모델이 향후에도 계속 유효할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