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시키고,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 자진사퇴 설득에 나서면서 당청갈등은 일단 긴급 봉합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 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당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선당후사 정신이 중요하다”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사실상 압박했다.
친박계 김현숙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거취에 관한) 말씀이 없다면 빠르게 오늘 저녁이라도 (의원총회를) 여는 게 필요하다”면서 “초반에는 재신임 분위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속되고 의원들 사이에서 유 원내대표가 명예롭게 정리하되 책임지는 모습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며 당내 기류를 소개했다.
익명을 요청한 당 관계자 역시 본지와 만나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면서도 “그러나 박 대통령의 태도가 워낙 완강하니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 이외에 답이 있겠나”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시간문제로 바라봤다.
결국 이번 ‘거부권 정국’은 국회법 개정안 폐기와 수위를 높여가는 유 원내대표 자진사퇴 압박 등 당이 청와대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로 마무리 되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당청관계에서도 당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갈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특히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놓은 ‘배신의 정치’의 주인공이 유 원내대표 뿐만 아니라 ‘비박(박근혜) 진영’ 전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사실상 내년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배신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낙선·낙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이 본인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향해 일종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의 퇴출 선고를 한 상황으로도 해석되기에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친박과 비박 진영의 공천권 등 당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탈당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소수지만 충성심 강한 친박 의원들을 데리고 탈당해 총선을 전후해 이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로, 청와대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친박 의원들 사이에는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이장우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탈당설과 관련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런 결정도 할 수 있다”면서 “원인을 제공했던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게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 좋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단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탈당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경우 여권의 공멸을 가져올 수도 있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비박 우세의 당 상황이 계속되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게된다면 정국반전을 위해 충분히 검토가능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단독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