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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된 참사…한화케미칼 사고, 막을 수 있었다
폐수 저장조 내부가스 측정조차 안해…안전점검에 걸린 시간 고작 10분
입력 : 2015-07-05 오후 3:12:06
◇지난 3일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사진/뉴시스
 
참사는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지난 3일 오전 9시16분쯤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2공장 폐수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인 현대환경산업 근로자 6명이 숨졌다. 사망자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로,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대형 참사라는 지적이다.
 
사고는 폐수처리장 시설 확충을 위해 가로 17m, 세로 10m, 높이 5m, 총 용량 700㎥ 규모의 폐수 저장조 상부에 설치된 펌프 용량을 늘리려고 배관을 설치·용접 하던 중 일어났다. 두께 약 20㎝의 콘크리트로 된 저장조 상부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폭발 충격이 컸던 데다, 작업자들이 폐수로 가득 찬 저장조에 빠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즉시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정밀감식을 벌였다. 수사본부는 현재 저장조 내부에서 새어 나온 메탄가스에 용접 불티가 튀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추정 물질인 메탄(메테인)가스는 무색, 무취의 극인화성 가스로, 열과 스파크, 화염에 의해 쉽게 점화돼 화재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한화케미칼 사고는 지난 2013년 3월 여수시 화치동 대림산업 폴리에틸렌 저장조 폭발사고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보수용접 작업 중 잔류가스에 의한 폭발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노후시설을 개·보수해 더 이상 대형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한화케미칼 사고가 사측의 부실한 안전점검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더 이상 산업계 자구책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높다. 한화케미칼 측은 사고 직후 "(작업이 이뤄지는)저장조 외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을 허가했지만, 밀폐된 저장조 내부는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더욱이 경찰에 따르면 사전 안전점검에 걸린 시간이 10분일 정도로 의례적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밀폐된 저장조의 외부 용접작업을 할 경우라도, 폭발성이 강한 가스의 특성상 저장조(사일로)의 잔류가스를 모두 제거한 뒤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학성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폐수 저장조는 악취나 유독물질 배출을 방지하기 위해 덮개(맨홀)를 덮는데, 그 속에서 필연적으로 가스가 생긴다는 것은 업무 담당자들에게는 상식"이라며 "완벽한 밀폐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전에 조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덕용 울산 플랜트노조 노동안전 담당자도 "용접작업을 할 때 잔류가스 체크는 시설 내·외부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면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지적했다.
 
◇한화케미칼 2공장 폐수 저장조 폭발사고 현장. 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울산 석유화학 공장들의 생산·설비가 대부분 노후화돼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는 지난 1962년 건설됐으며, 산업단지 내 일부 시설은 40~50년이 지났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하다. 특히 울산지역 467개 업체는 우리나라 35% 가량의 인화성·고체성 유독물질을 저장·취급하고 있어 위험성이 크다.
 
이는 곧 끊임없는 사고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 2011년 8월 울산 남구 현대EP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로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당했고, 같은 해 11월 세진중공업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5년간(2009년~2014년 5월) 울산국가산업단지 화재(폭발) 현황을 보면 총 19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안전점검 미비 등 부주의와 시설 노후화가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전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투자에 인색하다. 한덕용 울산 플랜트노조 노동안전 담당자는 "문제는 기업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시설에 대해 땜질식 유지·보수만 하거나,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증설 공사를 벌이면서 언제든 대형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고도 한화케미칼이 노후된 시설에 대한 증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유해·위험 업무는 하청업체가 전담하는 '위험의 외주화'까지 더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하청→재하청의 하도급 구조이다 보니 공기 단축은 비일비재하고, 하청업체들의 경우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도급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대형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사고로 숨진 협력업체 직원 6명에게 임직원 사고에 준하는 보상과 지원을 약속했지만, 유가족들은 한화케미칼의 직접 사과와 함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미루고 있다.
 
김영택·김상우 기자 ykim98@etomato.com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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