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항상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진다.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최고의 수익을 거두려 한다. 특히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은 자본금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아무리 아끼려 해도 잘 안 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술 개발 부문이다.
전문잡지 엔터프러너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업의 총 지출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IT 기업의 경우에는, 프로토타입(Prototype) 하나를 만드는 데도 최소 1만달러(1100만원)가 든다. 프로토타입은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하는 시제품을 말한다. 조금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면 프로토타입 개발비는 2만달러(2200만원)에 육박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보통 프로토콜 개발 단계에서는 외부 자금을 끌어올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자기 자본금으로 모든 일을 진행한다. 기술 개발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엔터프러너는 프로토타입 개발 시 이미 다른 상품에 적용된 모듈(Module)을 잘만 활용하면 비용을 줄이면서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모듈을 새로 개발하기 보다, 블루투스나 위성항법장치(GPS), 비디오 인코딩 등에 들어가는 모듈을 그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수천달러를 아낄 수 있다. 모듈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전자회로(electronic circuit)를 말한다. 모듈을 이용해 프로토타입을 제대로 완성시켰다면 기업은 한 숨 돌릴 여유를 얻게 된다. 프로토타입을 증거 삼아 각종 기관이나 큰손에게 투자자금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젤 투자자나 벤처 투자기관들은 이 프로토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앞서 엔지니어 출신의 동업자를 구하는 것도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 기술력과 관련한 신뢰도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더 용이해진다. 특히 기술집약적 사업을 진행 중이라면 관련 전문 업체와 손잡는 것은 필수다. 아울러 두세 기업이 연합했다는 것 자체로 더 큰 신뢰감을 줘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자본금이 넉넉할 것이란 인상을 주거나 기술 개발에 따른 스트레스를 나눠서 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하나가 아닌 여러 시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종류의 엔지니어를 미리부터 채용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아웃소싱(outsourcing)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로 디자이너, 3D 모델 엔지니어 등 기업 내부에 전문가가 있어야 개발 비용이 적게 든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