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 원전의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하 대책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 한시적으로 전기세를 인하하는 것은 전기 과소비를 부추겨 수요를 늘리고 원전 추가 건설의 빌미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메르스 등으로 떨어진 민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싼 전기료→전기 과소비→발전소 건설
정부가 발표한 전기료 인하 방안은 현행 6단계로 구분된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를 5단계로 줄여 높은 단계의 누진율이 적용되는 국민들이 한단계 낮은 구간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요금도 낮추고 전기요금 단가도 낮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가구당 월 8000원대에서 최대 11000원대까지 인하된 전기료가 청구된다는 것.
산업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하로 647만 가구가 혜택을 보게 되고 가구당 매월 평균 8368원의 전기세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300억원의 전기요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전력의 수익에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여름철 한시적인 대책이라는데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가정에서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산술적인 계산으로 400kW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던 가정이 지불하던 전기세는 10만원 정도였고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전기 과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피크 전력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전기요금은 낮추는 것은 최근 메르스 등으로 불신이 높아진 국민들에게서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기 소비를 늘리면 전력 수요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곧 발전소의 추가 건설 등 설비 추가로 이어진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정부는 최근2029년까지 전력수요를 분석해 제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부족한 전력 수요를 채우기 위해 신규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전기 소비를 줄여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매년 전기 소비율을 높이고 있다"며 "발전 원가가 낮아져 발생하는 수익을 미래를 위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등에 집중해야지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 산업용 전기료 더 인하?…오히려 높여야 할 판
산업용 전기료 인하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산업부는 뿌리기업들이 포함된 중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산업용 전기 요금을 낮추기로 결정하고 토요일 중부하 요금이 적용되는 14시간 가운데 12시간에 절반 요금에 해당하는 경부하 요금을 적용키로 했다. 오는 8월부터 1년 동안 이 요금이 적용될 예정이다.
박진희 교수는 "일차적으로 주말 요금을 인하한 것은 결국 노동자들이 주말에 일을 더 하게 만드는 것으로 연결 될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낮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럽 수준으로 올려야 에너지 효율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고,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에너지 수급에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온실가스 문제 해결이나 원자력 폐기물 처리,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신재생에너지 등 전기요금 원가와 관련된 여러 잠재요인들이 눈앞에 있는데 단순하게 저유가로 발전 원가가 내렸다고 전기요금은 낮추는 것은 정부가 전기요금에 기본 원칙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가 내놓은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9년 우리나라 전력 공급 비중은 석탄 등 화력이 34.7%, 원전이 28.5%, LNG24.7%, 신재생 4.6% 순으로 지금부터 15년 뒤에도 여전히 화력과 원전이 전기 생산을 위한 주된 발전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발전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전기 소비를 늘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원전부터 짓고 보자는 정부의 정책 기본 방향부터가 잘못됐다"며 "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