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 사는 주부 김지연(35·가명)씨는 네 살난 아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뉴스 때문이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다니는 아이를 보고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내 머리를 쿵 했다”고 했다. 친구들과 장난치다 부닥쳤겠거니 했으나 일주일간 이런 얘기가 계속되자 김씨는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CCTV와 어린이집 교사, 아들과 같이 다니는 아이들에게 확인한 결과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고민 끝에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은 했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진/아이챌린지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홈스쿨링으로 눈을 돌리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홈스쿨링은 집에서 부모가 직접 자녀를 교육하는 것으로 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발굴하고 아이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어 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부모와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교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 애착형성, 창의성 발달 등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홈스쿨링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당장 오늘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면 스트레스부터 받는다. 전문가들은 홈스쿨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교감이라며 학습에 치중하기 보다는 부모와 놀이를 통해 먼저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누리 기업부설 한국가정보육연구소 백승희 책임연구원은 “보통 부모들은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아이가 어떤 기질이 뛰어나고 어떤 지원을 해줬을 때 더 발달할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연구원은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어떤 놀이와 어떤 교구를 제공할 지는 그 이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홈스쿨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문제가 스케줄이다. 스케줄 관리가 홈스쿨링 성공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과표를 짜다 보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돼 단조로운 학교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아이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성취하도록 제대로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방법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것이 체험교육이다. 그러나 홈스쿨링도 학습이니 만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거나 받은 스트레스를 깔끔히 해소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언어, 신체, 인지 등 여러 영역에서 발달하는 게 중요한데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자극될 수 있도록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해 계획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 부모들도 홈스쿨링을 하기 전에 아이들의 학습 성과를 위해서 올바른 교육 노하우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끊임없이 아이를 자극하고 지속적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홈스쿨링은 지식을 동반한 인성과 함께 다양한 삶의 기술을 신장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가 직접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다만,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는 부모가 아닌 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강요하거나 안타깝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초보 부모들을 위한 올바른 홈스쿨링 노하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아이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아이가 배우는 교재를 부모가 먼저 익히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다음 아이가 교재를 자주 접하게 함으로써 부모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도 필요하다.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들이 학습을 더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아이가 학습할 때 옆에서 지켜보며 잘못된 점을 바로 지적하거나 간섭을 한다면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학습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스스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놀이처럼 재미있게 홈스쿨링을 즐길 수 있다. 학습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가 지치고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이다.
부모가 더욱 질 높은 교육을 해주기 위해 자칫 아이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글씨도 못 읽는 아이에게 부모가 책을 억지로 펴 놓고 설명해주면서 집중하게 한다든가 읽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책에 대한 거부감부터 느끼게 된다. 잠재적으로 형성된 이 같은 거부감은 자칫 아이의 학습의욕은 물론 정서적인 장애까지 불러올 수 있다. 아이가 먼저 책에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책 탑 쌓기, 도미노 놀이 등으로 다가가는 것이 현명하다.
가능한한 아이가 주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소근육 발달을 위해 신문지 찢기 놀이를 한다고 하자. 부모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지만 신문지를 마구 구기기만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신문지를 뺏어 찢기 보다는 아이가 그때그때 관심을 보이는 대로 함께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같이 신문을 구겨 다양한 크기의 공을 만들어 굴려본다든지 신문을 돌돌 말아 막대를 만들어 보면서 아이와 흥미를 공유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익숙해진다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부모와의 놀이 시간을 즐거워하고 나중에는 부모와 함께 하는 홈스쿨링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