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한 놈의 가방을 뒤져보니 외장하드가 보이더라. 네가 그 외장하드에 흥미를 가질 것 같다. 저장된 동영상이 재밌다. 가방 안에 남편의 연락처가 있다. 남편이 보면 좋아하겠는데, 50만위안(우리돈 약 9000만원)을 달라"
지난해 10월 김모(여)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요리사 이모(40)씨로부터 자신이 납치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에도 이씨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번엔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대화를 원하니 Q 메신저를 통해 납치범과 대화하라는 내용이었다. 겁에 질린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이씨의 자작극은 물론 다른 범행도 들통났다.
이씨가 김씨에게 말한 동영상에는 둘의 성관계 장면이 녹화돼 있었다. 이씨는 컴퓨터에 설치된 캠 카메라를 이용해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9회에 걸쳐 김씨 몰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이씨는 "500만원을 달라. 주지 않으면 중국에 있는 네 남편에게 너와의 관계를 말하겠다"며 성관계 동영상으로 김씨를 협박해 지난해 10월까지 11회에 걸쳐 1억4640만원을 뜯어냈다. 또 김씨에게 "내 조카가 한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며 "네 남편이 한국에 빨리 올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비자발급 명목으로 4000만원을 가로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장일혁 부장판사는 공갈, 공갈미수, 사기, 성폭력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동거하던 김씨의 성관계 동영상을 이용해 금원을 갈취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편취한 금액이 2억원 가까이 된다"며 징역 2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