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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음악의 도시에서 진짜 바그너를 만나다
입력 : 2015-05-28 오후 1:49:33
판타지 문학에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있다면 오페라에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ring cycle)'가 있습니다. 사실 원조를 따지자면 바그너가 한참 먼저인데요. 바그너가 1848년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1876년 바이로이트 극장에서 초연한 반지 시리즈, 즉 '니벨룽의 반지'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중요한 모티프를 제공한 작품입니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 역사 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5월 중순부터 시작해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서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로 선보이고 있는데요. 지휘봉은 무려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잡습니다. 검증된 음악가의 이름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일까요. 봄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극장 안팎에는 멋지게 차려 입은 바그너리안(바그너 음악 애호가)들로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총 4개의 서사 악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나흘 공연에 총 공연시간이 최소 14시간이 넘는 대작인데요. 내용은 복잡다단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반지를 차지하면 세상의 권세와 황금을 갖게 되나 반지를 꼈던 사람은 저주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야제 악장인 '라인의 황금'은 영웅 지그프리트의 할아버지 이야기, 1부 '발퀴레'는 지그프리트의 부모 이야기, 2부 '지그프리트'는 지그프리트의 성장 이야기, 3부 '신들의 황혼'은 지그프리트의 죽음과 결말 이야기를 다룹니다. 결과적으로 지그프리트는 신들의 세계를 구해야 하는 사명을 달성하지 못하고 죽게 되지요.
 
바그너의 오페라는 '숲의 오페라'라고들 하는데요. 극 중 인물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도망치는 곳이 대부분 숲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독일의 배우 겸 연출가 스벤-에렉 베흐톨프 역시 공연의 중심 키워드 중 하나로 숲을 놓치지 않았는데요. '니벨룽의 반지' 중 마지막 공연인 '신들의 황혼'에서 무대미술가 롤프 글리텐베르크는 나무들 외에도 반투명한 초록색 유리창, 잘 손질된 정원을 연상하게 하는 녹색 소파 등의 모던한 장치들을 통해 재치 있고 명징하게 숲을 표현했습니다.
 
오페라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오페라 가수들의 역량인데요. 지그프리트 역에 캐스팅된 미국 출신 테너 스티븐 굴드는 바그너 오페라 특유의 영웅적 테너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지그프리트의 임무 완수를 방해하는 악역인 난쟁이 알베리히 역의 경우, 리차드 폴 핑크가 맡았는데요. 바리톤의 매력적인 음색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알베리히의 아들인 하겐 역을 맡은 바리톤 팔크 슈트루크만, 발트라우테 역을 소화한 스웨덴 출신의 안느 소피 폰 오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악극에서 브륀힐데 역을 맡은 독일의 소프라노 에벨린 헤어리치우스의 열연과 가창력이 관객을 숨죽이게 했습니다. 마른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성량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빈 슈타츠오퍼에서 만난 오페라는 연극, 미술, 음악의 총체적 합집합인 바그너 음악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극장의 대표 레퍼토리가 된 이 작품은 올해의 경우 5월 16, 17, 20, 25일의 나흘간 공연을 마치고 5월 말과 6월에 걸쳐 관객을 또 한 번 만날 예정입니다.
 
빈=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공연명 : '니벨룽의 반지'
-시간·장소 : 5월 30일, 31일, 6월 4일, 7일 빈 슈타츠오퍼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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