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 박물관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윈시티 박물관’ 회원들이다. 재적 회원 2488명 중 10명이라도 마음이 맞으면 정기적으로 모여 각종 갤러리와 유적지, 전시회 등을 순회하며 문화생활을 함께 누린다. 이런 모임은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견문도 넓힐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밋업 마라톤 회원들이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사진=밋업)
조금 색다른 모임도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데, 이 동호회는 회원수가 무려 9000명에 육박한다. 부끄러움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활동을 벌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2050번의 공식 모임을 가졌다. 이 외에도 짝을 찾기 위한 ‘싱글남녀’ 모임도 있고 ‘실없는 사람들’이란 이름의 20대 젊은이 모임도 있다.
세계 도처에서 오프라인 ‘급만남’이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 육아, 예술, 신기술 등 모임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의 대화를 나누는 데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모임을 전문적으로 결성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 밋업을 설립한 스캇 하이퍼만이다. 하이퍼만(46)은 얼굴을 마주하는 활동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살만한 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밋업닷컴(meetup.com)’을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관계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깊이가 얕아졌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이 사이트는 2001년 9·11 테러사건 직후에 개설돼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온라인 동호회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둘씩 밋업 사이트를 방문하기 시작해 지금은 회원수가 무려 2500만명에 이르렀다.
비슷한 미팅 사이트도 많은데, 유독 하이퍼만의 밋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는 말이다. 지난해 밋업은 2000만달러(2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이퍼만은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를 배치하는 것을 거부하고 유료회원을 모집했다. 모임의 규모에 따라 한 달에 10~20달러의 회비를 받기로 한 것이다.
사이트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90%의 회원이 떨어져 나가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하이퍼만은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플랫폼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다. 모임을 찾는 절차도 간소화시켜 쉽게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놨다. 하이퍼만은 “우리는 광고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