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스타트업 투자시 많은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사들이 회사의 미래나 열정을 보고 투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재무상황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 나아가 구성원들의 학벌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더벤처스(대표 호창성)의 김현진 대표파트너는 이같은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투자회사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김현진 파트너를 12일 서울 선릉역 인근 더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지론을 들어봤다.
김현진 파트너는 혁신적인 투자의 구체적인 사례로 디지털기기 중고거래 전문 벤처기업 ‘셀잇’ 인수과정을 들었다.
지난 8일 다음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이 지분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한 셀잇은 지난해 더벤처스가 지난해 7월 투자한 후 1년 여 인큐베이팅을 진행해왔다. 2013년 8월 설립 후 중고거래 시 판매자로부터 위탁받은 제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해온 회사에 김 파트너는 만난지 1시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투자사들이 이렇게 투자결정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벤처스의 호창성 대표(앞줄 왼쪽 두번째)와 김현진 대표파트너(왼쪽 세번째) 등 회사 임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더벤처스
“셀잇의 김대현 대표는 호창성 대표의 강의를 듣고 멘토링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호 대표께서 ‘더벤처스의 취지와 맞는 기업’이라며 만나보라고 하시더군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중고거래 대신 해주고 수수료 받는 일을 하다가 회사를 만들만큼 일에 미쳐있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른 곳 찾아가지 말고 차라리 우리에게 투자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1시간 후에 그렇게 투자가 결정되자 셀잇 쪽에서도 어안이 벙벙해 하더군요.”
더벤처스는 단순투자에 머물지 않고 셀잇을 키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같은 건물에 회사를 입주시키고 층을 오르내리며 사업계획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인큐베이팅을 진행했다. 투자 당시 4명이던 직원수가 1년만에 12명으로 늘고 거래액·매출액 등이 상승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을 무렵, 케이벤처그룹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김 파트너는 그 과정에서도 인수성사를 위한 중재를 해야했다. “케이벤처그룹의 인수의향 소식을 듣고 셀잇에서는 ‘왜요? 우리회사이고 키워나갈 곳인데 왜 그래야 하나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인 경험까지 꺼내보이며 설득했어요."
셀잇의 매출액이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던 터라 독자성장도 가능했지만 인수 후 케이벤처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한 급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의 미팅을 앞두고는 김 대표를 3시간 전에 미리 회사 앞으로 데려가 이전에 다음카카오에 엑시트(투자금을 회수)한 또다른 기업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에 대해 김 파트너는 ‘후회없을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셀잇은 케이벤처그룹의 첫 번째 투자사가 됐다.
다른 성과도 있다. 주차비를 절약해주는 주차 애플리케이션(앱) ‘파크히어’를 운영 중인 파킹스퀘어가 국내 벤처캐피탈들로부터 15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1월 더벤처스가 첫 번째로 투자한 회사이기도 한 파킹스퀘어의 파크히어는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주차장을 추천 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2000개 이상 주차장과 자체 수집한 1000곳의 정보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김태성 파킹스퀘어 대표는 "빠른 실행력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안착시킨 점과 주차 종합플랫폼으로의 확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비스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 파트너는 앞으로도 이런 선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벤처스가 지금까지 20곳에 투자를 진행한 결과 19곳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김 파트너의 표현대로 ‘매우 잘하고 있는’ 9곳의 기업이 소기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가능성 높은 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11일에는 차량매각 전문 중고차 경매 애플리케이션 ‘헤이딜러’를 운영하고 있는 피알앤디컴퍼니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번거로운 출장방문 없이 개인이 차량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정보를 입력하면 간편하게 집에서도 전국 딜러들의 다양한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음에 드는 가격의 딜러를 선택하면 해당 딜러가 집 앞까지 출장 와서 차량 매입을 진행하고 모든 과정을 ‘헤이딜러’가 감독하므로 안심하고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했다.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는 “중고차 경매라는 선진적인 방식을 모바일로 대한민국에 확산시키는 것이 헤이딜러의 올해 목표”라며 “더벤처스 투자와 지원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더벤처스의 기업 투자결정은 대부분 미팅 후 2시간 내에 이뤄졌다. 이런 결정이 가능한 이유를 두고 김 파트너는 ‘사람을 보고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각종 데이터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초기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스타트업이 보유한 자산은 아이디어와 사람밖에 없고 충분한 레퍼런스가 쌓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죠.” 더벤처스는 앞으로도 열정와 의지, 인성, 인품, 사업철학에 입각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실제 성공사례가 있다는 점도 알려지기를 희망했다.
아울러 스타트업 지원방식도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그 기업이 클 수 있도록 도와야죠. 아울러, 스파게티 잘 만드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는데 국수 장인을 소개시켜 주는 식의 엇박자도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셀잇과 같이 학벌·인맥 도움 없이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선순환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사실 벤처업계도 이른바 명문대 중심의 보이지 않는 벽이 엄연히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창업 펀드가 생기고 몇 년 전보다 투자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있다는 문제도 있어요. 더벤처스를 설립한 이유는 꿈 있는 사람들이 외부적인 요소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돕기 위해서였어요. 수혜를 받은 이들이 또다른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 파트너는 “더벤처스 또한 앞으로도 학력과 경력을 불문하고 좋은 비전과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여하는 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