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성매매처벌법 '기본권 침해냐, 사회적 유해냐' 법정 격돌
헌재 '성매매자 형사처벌' 위헌심판 공개변론
입력 : 2015-04-09 오후 8:11:4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성매매특별법 21조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성매매근절의 효과도 없어 위헌이다."(성매매여성 측)
 
"심판 대상 조항은 근본적으로 성매매라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막고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를 보호하고 있어 합헌이다. 위헌 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다."(국가 측)
 
2004년 시행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의 핵심조항인 21조 처벌규정을 두고 성매매여성 측과 국가가 법정에서 격돌했다.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성매매처벌법 2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공개변론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청취했다.
 
성매매처벌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매수를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알선자, 성매매 여성을 모두 처벌하는 이 법의 핵심 조항이다.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이번이 처음이며, 벌금 50만원으로 약식기소된 성매매여성 김모(44)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청구한 것이어서 결과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당초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심판대상 조항이 성매매여성의 어떤 기본권을 제한하는지, 성매매 근절의 입법 목적과 정당성, 성매매 처벌규정이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주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공방으로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합헌성 전반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성매매여성 단체인 한터 소속 장세희씨가 9일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에 앞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위헌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최기철 기자)
 
성매매여성측 대리인으로 나선 정관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이날 변론에서 "성매매처벌법의 입법목적은 건전한 성풍속 보호"라며 "개인의 사생활과 관계된 내밀한 관계까지 형벌권을 가동하는 것은 헌법상 필요최소성의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7년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표면적으로는 성매매업소가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음성성매매가 성행하는 등 풍선효과가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떠올랐다"며 "실효성이 입증된 어떤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성매매자까지 처벌..직업선택 자유 침해
 
이어 "특히 심판대상 조항은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도 처벌하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최소한 국가가 지정한 구역(집창촌)에서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 측 대리인은 성매매처벌법이 보호하고 있는 선량한 성풍속과 질서유지 면에서 해당 조항은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성매매는 생계 목적이든 아니든 인간의 소중한 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인권 침해이며 성매매사업은 사회적인 유해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으면 성매매사업이 확대되면서 인신매매 등 범죄가 확대되고 노동력의 흐름까지 왜곡시켜 국가의 산업을 기형화 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한 사생활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법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집창촌 줄고 '성매매는 범죄' 인식 늘어
 
이어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법 시행 전보다 집창촌 규모 줄어들었고 이것은 성매매 불법성에 대한 국민인식이 개선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 성매매에 대한 무정부상태를 불러 여러 비극적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채택한 참고인들의 설전도 뜨거웠다. 성매매여성측 참고인을 줄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전한 성풍속의 함양을 보호법익으로 본다면 간통 등 유사범죄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대상 조항으로 생계를 위해 성을 제공하는 여성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 매수자들에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의적인 수사당국의 단속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최근 7세 아이와 아버지 부양을 위해 성매매를 하던 27세 여성이 투신 자살한 사건을 예로 들며 "현재 30만명으로 추산되는 생계형 성매매여성들이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해 잠재적인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김강자 전 서장 "잘못된 입법·정책'이 화 불러"
 
경찰서장 재직 당시 서울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했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현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도 이날 성매매여성 측에 서서 의견을 진술했다.
 
김 전 서장은 이날 변론에서 집창촌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면서 성매매처벌법의 졸속 제정과 이후 시행된 정책 실패가 화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매매처벌법이 군산 집창촌 화재사건을 직접적인 계기로 제정된 만큼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집창촌을 초토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쫓겨난 여성들이 주택가로 스며들면서 음성형 성매매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법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소장은 이어 "특정지역에서는 생계형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며 "음성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비생계형 성매매자이고, 집창촌을 극히 수치스러워하는 만큼 목적에 따른 분리는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개 변론에 앞서 장세희씨 등 생계형 성매매여성 882명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처벌법의 위헌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장씨 등은 "성매매처벌법으로 인해 발생한 개인대 개인의 거래형식인 음성 성매매는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고도 고발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성매매금지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며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어느 정도 국가가 제어할 수 있지만 개인간 성행위를 반사회적범죄로 규정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