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주한미국 대사 습격사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경찰 단계부터 수사당국이 쥐고 있던 국가보안법 위반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상호 2차장)은 지난 1일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예상됐던 결과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도 공범과 배후 수사를 통해 국보법 위반혐의에 대한 보강수사 후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김씨의 '이적 동조행위'다. 경찰 단계에서는 이적표현물 소지나 종북단체 관련 인사들을 김씨가 만났다는 데에만 초점이 모였다. 확실히 경찰 수사보다는 한발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대검 공안부, 국가보안법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간부가 심층적으로 수회 걸쳐 수사 내용 논의하고 검토 거친 결과 피고인이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다양한 주장과 활동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대사에 대한 살해 시도 행위는 국가의 존립, 안전에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 이적동조 행위의 객관적 구성요건에는 일응 충분히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지난 1일 김기종씨의 주한미국대사 습격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News1
공안사건을 많이 맡아온 변호사들을 비롯해 여러 공안전문 법률가들은 이 같은 검찰의 발표에 대해 수긍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든 법리적으로 끼워 맞춰 보자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7조1항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에 동조한 자'를 이적동조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최고 법정형은 7년이다.
검찰은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하는 행위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행위'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주한미국 대사가 한·미공조의 상징이라는 점, 그를 습격하는 것은 한·미공조를 습격한 것이고 결국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남북 군사관계의 단절에 동조한 행위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그러나 그 배경을 뜯어보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 위한 궁여지책 내지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경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한 혐의 대부분은 김씨의 이적표현물 소지이지만 그가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목적으로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상당부분 소명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밀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추종하는 반국가단체 인사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북한의 지령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상당한 시간 동안 계좌추적과 통신내역 등을 수사한 결과 '단독범행'으로 일단 결론을 낸 것을 보면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럴 바에야 주변만 두드리지 말고 차라리 확실하게 혐의가 입증된 피습행위 자체를 국보법 위반행위로 검토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으로 풀이된다. 한 공안사건 전문 변호사는 검찰의 이 같은 입장에 "표현물 소지가 아니라 행위 자체를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하나의 행태로 논리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국보법 7조 6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행위'를 하기 위한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적이 불분명하지만 살인 미수는 상당부분 입증이 됐으니 김씨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입증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죄에다가 사람을 끼워 맞춰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공안전문 변호사는 "김씨에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김씨는 친북인사들로 알려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그에 맞는 활동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사 초기부터 대형 국보법 위반사건으로 규모가 커진 사건이다 보니 검찰이 구색 맞추기를 위한 고심 끝에 나온 결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적동조행위에 대한 미수범은 처벌이 되지만 김씨의 피습으로 한·미공조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사건 직후나 김씨가 기소된 바로 당일까지 한·미 공조는 오히려 확실히 확인됐거나 더욱 공고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존립이나 안전 등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 생성경위는 북한 측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또는 자생적인 것인지 등을 밝히지 못하면 검찰의 이적동조행위 적용은 '기발한 시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이적동조 혐의를 구성할 수 있는 공범 및 배후 세력에 대한 추가 수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본적으로 이적동조 혐의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에 동조'하는 것으로서 김씨가 북한이나 북한을 추종하는 단체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이렇다할 증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추가 수사 후 추가기소' 방침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불발로 끝이났다. 당시 검찰은 'RO'가 반국가단체임을 주장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해 국보법상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적용하지 못했다. 이후 보강수사 후 추가 기소하겠다면서 공소장과 법정공방에서 'RO'의 반국가단체성을 계속 주장했으나 결국 추가기소는 없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강령과 목적, 조직보위 체계를 갖춘 조직이 존해하거나, 이석기 피고인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 130여명이 조직의 구성원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RO의 조직체계에 대한 제보자 진술 상당부분이 추측과 의견이라서 제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