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프랑스 출판계의 2013년 기준 매출액은 26억8700유로(우리돈으로 3조 2743억원 규모), 신간 발행종수는 9만5483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출판계의 경우 매출액은 5조5147억원, 신간 발행종수는 6만1548종이었다.
외견상으로 보면 프랑스 출판계는 국내 출판계와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를 지니고 있다. 매출 규모는 엇비슷하나 신간 발행종수에서 보듯 출판 다양성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같은 차이는 출판정책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국가 주도적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특히 다양한 출판진흥제도를 강력한 시스템으로 구축한 까닭에 국내 출판계에 출판생태계의 보호, 출판진흥기금의 조성과 도서정가제 정착 등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4일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해외출판정책 연구포럼에서 발표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최로 주한 프랑스문화원 강연실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출판 선진국' 프랑스의 각종 도서정책과 한국 출판생태계의 발전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쏟아졌다.
발제를 맡은 이용준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스스로 재원을 확보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는 CNL(국립도서센터)의 사례, 출판사들과 서점이 상호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추진하는 ADELC(서점창업개발협회)의 사례, 독립서점을 육성하기 위한 '반아마존법' 제정 등은 한국출판산업 육성방안 모색에 좋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의 반아마존법은 인터넷 서점의 할인 및 무료 배송이 금지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해당해 눈길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신구간 모두 최대 할인율을 15%로 규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서점의 경우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변칙 할인 정책을 쓰는 등 도서정가제의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정책기관의 각 단위가 수직적인 공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현재 프랑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 간 상호유기적인 연계 속에 출판진흥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또 민간차원에서는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출판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ADELC(서점창업개발협회)의 경우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독립서점의 발전 및 경영컨설팅을 지원한다. FILL(지역간도서및독서연맹)은 지역단위에서 다양한 독서활동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단체다. 이 밖에 BIEF(프랑스국제도서사무국)의 경우 해와수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국 간 가장 큰 차이점은 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니엘 올리비에 프랑스문화원장은 "파리 지하철 안에서는 아직까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의 경우 도서 관련 정책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경우처럼 한국이 출판 쪽에서도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힘쓰다 보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도 곁들였다.
문승연 인천 책의도시 사무국장은 "한국의 경우 도서를 단순한 상품으로 여기고, 도서정가제는 단통법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출판계 역시 출판업이 무엇인지, 도서가 전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프랑스 출판계에도 고민은 있다. 전체 시장을 보면 매출증가율이 떨어지거나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또 독점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복합문화매장 Fnac(프낙) 등 대형마트에서의 도서판매 실적 성장은 독립서점의 영업환경과 출판 유통의 전체적 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또 독자 측면에서도 책에 대한 친밀감과 신뢰도는 여전하지만 이용시간은 차츰 줄고 있다. 전자책 성장과 기존 출판사업의 조화로운 발전 또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다. 이들 모두는 국내 출판계 또한 당면하고 있는 과제이거나 곧 마주하게 될 고민들이기도 하다.
(사진=김나볏기자)